자율주행버스 시대[횡설수설/이진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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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서남부에 있는 스마트 도시 실험장 ‘오이레프(EUREF) 캠퍼스’에는 특별한 대중교통수단이 있다. 미국 로컬모터스가 개발한 ‘올리(Olli)’라는 이름의 자율주행차인데 150여 개의 기업과 연구소에 상주하는 3500여 명의 발이 되고 있다. 12명까지 탈 수 있는데, 운전자는 없고 스마트폰 앱으로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데리러 오고 내려준다. 버스와 택시의 결합형쯤 되는 셈이다.

▷자율주행버스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우리도 경기 판교제로시티에서 ‘제로셔틀버스’가 운행 중인데 5.8km 노선을 시속 25km로 왕복하고 있다. 5인승으로 운전대가 없고, 운전기사 자리에는 안전요원이 탑승한다. 시범운영이라기보다 아직은 연구개발용인데, 일반인도 타볼 수 있지만 미리 신청해야 하고 출발지와 도착지에서만 승하차가 가능하다. 안전 때문에 만 18세 미만은 탈 수 없고, 호위 차량이 뒤를 따라가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승용차보다 버스가 더 먼저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버스는 정해진 길을 달리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교통 상황 변화가 승용차보다 적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운행하려면 차 자체는 물론이고 도로에도 카메라, 레이더, 각종 통신장비, 제어시스템 등 수많은 첨단 장비들이 설치돼야 하는데 이 점에서도 행로가 고정된 버스가 유리하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대구 수성구 알파시티 내 2.5km 구간에서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버스의 상용화 서비스가 시작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1∼3월 중 현재 알파시티 내에서 시범운영 중인 한 업체에 면허를 발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비스 구간을 넓히는 데는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교통 인프라를 설치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미래차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안전과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효율성도 담보돼야 하지만 다른 제도, 문화와의 충돌도 숱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혁신, 공유경제로 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변화로 피해를 보는 쪽에서는 가만히 있기도 어렵다. 자율주행버스 시대가 목전에 닥치면 지금 종사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공동체라면 기술의 진보는 추구하되, 그로 인한 부작용도 최소화하려는 노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자율주행버스#자율주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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