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호크[횡설수설/이철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항공의 역사는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됐고, 기술혁명이 대개 그랬듯 첫 사용자는 군(軍)이기 십상이다. 18세기 말 나폴레옹도 항공의 시작인 유인풍선, 즉 기구(氣球)가 나오자마자 군사적 활용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비행선, 비행기로 발전하면서 항공기는 처음엔 정찰용으로 이후 폭격용으로 이용됐다. 현대전에서, 특히 핵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전력이 24시간 전천후 감시와 실시간 경보를 가능케 하는 조기경보·감시능력이지만, 한국군의 가장 큰 취약점이다. 한국군의 감시능력은 휴전선 중심의 단거리 전술정찰 수준.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는 만큼 그 능력을 높일 수단이 바로 고고도 전략정찰기다.

▷미국 전략정찰기 U-2는 냉전시기를 상징하는 항공기다. 냉전 초 공군이 아닌 중앙정보국(CIA)이 개발해 냉전 종식과 함께 생산이 종료됐고,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대표적 장수기종이다. 1960년 미소 정상회담을 취소시킨 U-2 격추 사건과 쿠바 미사일 위기 때 활약상은 냉전사에 굵직하게 기록됐다. 최근 북한의 도발 징후에도 U-2는 최신 정찰기들과 함께 한반도 상공에 나타났다. U-2는 가늘고 긴 경량의 동체에다 극단적으로 긴 날개를 단 탓에 특히 이착륙이 매우 어렵다. 조종사는 우주복 같은 특수복을 입은 채 비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비행해야 하는 극한직업이다.

▷노후한 U-2를 대체하기 위해 무인기(UAV)로 개발된 것이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다. 20km 상공에서 레이더와 전자탐지장비로 지상 30c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다. 작전반경은 3000km로 30시간 이상 운용이 가능해 인공위성에 버금가는 역할을 한다. 특정 표적과 이동 표적에 대한 정밀 감시가 가능해 북한의 주요 기지와 전력 이동을 추적하는 데 필수적이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도입을 추진했으나 미국의 판매 거절로, 이후엔 레이더장비의 성능 미달로 지연되는 등 10여 년의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 들어오게 됐다.

▷군은 글로벌호크 도입과 관련한 행사는 물론 인도 날짜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어제 스텔스 전투기 F-35A 전력화 행사도 비공개로 열었다. 그러니 당장 “아무리 민감한 시기라지만 북한 눈치를 너무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두 무기체계 모두 고도의 보안성을 요구하는 국가급 전략무기인 만큼 요란한 홍보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군의 설명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북한의 잇단 도발 협박에 가뜩이나 국민적 안보 불안이 큰 터에 그런 우려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
#항공#군용#글로벌호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