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 더 밟는 황색 신호[횡설수설/이진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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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식을 가늠하는 척도로 빠지지 않는 것이 교통 기초질서다. 황색 신호에 대한 인식이 대표적인데 녹색에서 황색으로 바뀔 때 운전자들이 계속 가는지, 멈추는지를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영국 운전자들은 황색은 정지 신호인 적색과 동일하게 여긴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황색을 ‘곧 적색으로 바뀌면 못 지나가니 빨리 지나가라’는 것으로 여기는 운전자들이 많다. 황색 신호로 바뀌면 급가속을 해 쏜살같이 사거리를 통과하는 운전자가 빈번하다. 좀 막힐 기미가 보이면 ‘나 하나라도 지나가야 한다’며 꼬리물기를 해 교통 체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녹색에서 황색으로 신호가 바뀌는데 차가 사거리 직전에 있을 때를 ‘딜레마 존’이라고 부르는 운전자들이 있다. 빠르게 지나갈지, 멈출지 순간적으로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고민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황색 신호는 녹색의 연장이 아니라 적색의 시작을 의미한다. 단지 갑자기 신호가 바뀌면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준비 시간을 준 것뿐이다. 따라서 교차로 입구의 정지선 진입 전이면 반드시 즉각 멈추고, 이미 조금이라도 정지선을 지난 상태라면 신속히 밖으로 나가야 한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황색 신호 시 교차로나 횡단보도의 정지선 직전에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사 중이어서 정지선이 없는 경우에도 황색 신호가 켜지면 멈춰야 한다.

▷황색 신호에 교차로에 진입하는 것은 법 위반 여부를 떠나 사고를 자초하는 행위다. 특히 좌회전의 경우 교차로를 미처 빠져나가기 전에 적색 신호로 바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다른 방향에서 직진 대기하던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녹색으로 바뀌자마자 급출발할 경우 충돌하는 사고가 비일비재하다. 신호 위반 사고는 12대 중과실에 포함돼 경우에 따라 보험 적용도 못 받고 피해자와 합의해도 형사 처벌을 받는 중범죄다.

▷2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사거리에서 학생들을 태운 통학버스가 다른 차와 부딪혀 고3 수험생 1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다쳤다. 신호등이 황색에서 적색으로 바뀔 때 버스가 멈추지 않고 무리하게 직진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한다. 앞서 5월 중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도 청소년들이 탑승한 축구클럽 승합차가 황색 신호에 교차로에 진입했다가 사고를 내 초등학생 2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너무도 당연하고 간단한 신호 규정을 무시한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채 피어나기도 전에 스러졌다. 사실 신호등이 있든 없든 사거리 진입 시에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 원칙이다.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대가가 너무 크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황색 신호#시민의식#교통 기초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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