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에서]‘서울로’의 두 남녀… 연인?친구? 척보면 알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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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분류 위해 CCTV 분석… 손 잡는지 여부나 접촉거리로 구분

‘썸’ 타는 ‘그’와 친구인 ‘그’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어쩌면 ‘서울로 7017’에서 판별해 드릴지 모릅니다.

5월 문을 연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이 지난달 27일로 개장 100일을 맞았습니다. 100일 동안 이곳을 찾은 사람이 380만 명가량 되는데요. 평일은 하루 평균 2만 명, 주말은 2배인 4만 명이 방문했습니다. 외국인도 20만 명이나 걸었다고 하네요.

100일을 맞은 서울시는 어떤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갔는지 궁금했나 봅니다. 그래서 이곳에 오르는 필수 관문인 에스컬레이터를 탄 약 1000명을 지난달 2일(평일)과 12일(주말) 폐쇄회로(CC)TV로 관찰했습니다. 가족 단위가 46%였습니다. 혼자서 찾은 사람은 19%, 직장 동료나 친구 18%, 연인 17% 순이었습니다. 서울시는 “오전과 평일 점심시간에는 ‘나 홀로 산책’이, 주말 점심과 저녁에는 가족이 많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아니, 그렇다면 궁금해집니다. 길에 오른 남녀 두 명이 직장 동료나 친구일지, 아니면 연인일지 어떻게 구분했을까요. 일단 손을 잡으면 연인이라고 봤다고 합니다. 손을 잡지는 않았지만 닿을 듯 말 듯 애매한 ‘거리’가 있으면 친구(혹은 직장 동료)로 봤고요. 서울시 관계자는 “제3자가 관찰하지만 연인인지 친구일지 금방 알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렇더라도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도 방심은 하지 마십시오. 아직은 친구지만 그 ‘거리’가 ‘연인 거리’로 좁혀질지 누가 알겠습니까. 다만 서울시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그렇다고 CCTV 모니터를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지는 말라는 겁니다.

서울로 7017은 폭 10.3m, 길이 1024m의 고가도로를 걷는 길로 바꾼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찻길에서 사람길로’라는 슬로건 아래 40년 넘게 찻길이던 길을 꽃과 나무가 있는 공중정원으로 바꿨습니다. 패랭이 도라지 백일홍 같은 꽃이 피고 대추 모과 같은 열매도 맺습니다. ‘사람친구’인지, 연인인지 아리송한 분들은 서울로 7017 에스컬레이터를 한번 타보는 건 어떨까요.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서울로#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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