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글리벡’ 퇴출 기로… 불안한 암환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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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노바티스’ 불법 리베이트… 처벌 수위 놓고 보건복지부 고민
“원칙대로 1년간 건보 급여정지” vs “애꿎은 환자들 부담 크게 늘어”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처벌 수위를 놓고 보건복지부가 고심에 빠졌다. 원칙대로라면 최대 1년까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정지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애꿎은 환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한국노바티스는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당시 검찰은 2011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5년간 자사 의약품을 써 달라며 의사들에게 강의료 등의 명목으로 25억9000만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한국노바티스 전현직 임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2월 이 사건과 관련된 노바티스 의약품 42개 중 9개는 3개월 판매정지를, 나머지 33개 제품에는 판매정지 대신 2억 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하지만 과징금 액수가 너무 적은 데다 판매정지 처분도 의약품을 유통업체에 미리 공급해 두기만 하면 처방에 별 지장이 없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복지부의 급여정지 처분은 다르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정지되면 약값 전액을 환자가 내야 하기 때문에 의사는 해당 의약품 처방을 꺼릴 수밖에 없어 결국 제약사는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다. 급여정지 처분이 시장 퇴출 조치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2014년 7월 시행된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원칙대로 적용하면 노바티스 의약품 42개 중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포함한 18개 제품은 급여정지 처분을 받고, 나머지 24개는 대체의약품이 없거나 희귀의약품이라 과징금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가 급여정지 처분을 내린다면 이는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적용한 첫 사례가 된다.

문제는 급여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환자들이 약값 전액을 부담하거나 대체약을 찾아야 하는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 특히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복용하는 환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글리벡은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끌어올린 ‘기적의 치료제’로 불린다. 시중에 30여 개의 복제약이 나와 있지만 현재 국내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 5000여 명 가운데 3000명이 이 약을 복용한다.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은 “급여가 정지되면 환자들은 월 130만∼260만 원의 약값을 추가로 내야 한다. 환자 생명을 좌우하는 항암제는 일반의약품처럼 다른 약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영원 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법령과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환자 단체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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