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像像]“자네, 내 옆에 앉아 좀 쉬게… 근데, 고춘자는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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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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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동공고 옆 ‘장소팔 동상’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그나저나 왜 이름이 장소팔이에요?” “장에 소 팔러 간 사이에 낳았다고 장소팔이라오.” “어머나, 그러면 가족들 이름은 어떻게 되세요?” “우리 형님은 중팔이, 아버지는 대팔이, 우리 할아버지는 곰배팔이라오.”

1950∼70년대 해학과 기지가 철철 넘치는 만담으로 서민들을 웃기고 울렸던 만담가 장소팔(본명 장세건·1922∼2002) 씨. 고춘자(본명 고임득·1922∼1995) 씨와 콤비를 이뤄 활동하며 만담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서울 중구 흥인동 성동공고 옆에는 화강암 위에 걸터앉아 오른팔을 들고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모습의 그의 동상(사진)이 있다. 2009년 12월부터 이곳을 지키는 동상은 빙긋 웃는 모습으로 손짓하며 행인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장소팔기념사업회 회장이자 장 씨의 아들인 장광팔(본명 장광혁·61) 씨는 아버지를 기리고자 2007년 중구에 동상 건립을 제안했다. 중구 흥인동과 황학동 일대는 장소팔 씨가 1950년대부터 1990년까지 살던 곳. 특히 성동공고 옆을 선택한 것은 유동인구가 많아 누구나 쉽게 동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동상은 실제 인물보다 크게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이 동상은 높이 1.5m의 아담한 크기다. 장 씨의 키가 164cm로 작기도 했지만 서민들이 생전 고인을 친근하게 대했듯 동상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오게 하기 위해서다. 동상 옆에 널찍한 빈 공간을 둔 것도 누구나 동상 옆에 앉아 추억을 되새기고 쉬어가라는 취지였다.

제작 취지대로 ‘장소팔 동상’은 중구의 명물이 됐다. 동상 옆에 앉아 막걸리 마시며 이야기를 하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동상을 제작한 조각가 어순영 씨는 “주민들에게서 ‘덕분에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오늘 소팔이 형님을 찾아가 술 한잔하며 이런저런 푸념을 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서민들에게 힘이 되는 동상을 만든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성동공고#장소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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