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컬처 IN 메트로]‘돈의 화신’ 한정식집, 왕년엔 고급요정 1970년대에는 밀실정치의 산실로 유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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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동 북한산 자락 위치 ‘삼청각’… 서울시가 사들여 월~금 전통공연 열어

드라마 ‘돈의 화신’에서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 한정식집 ‘불야성’(위). 아래 사진 속 한옥은 삼청각 내 6채 한옥 중 가장 큰 
건물이자 한정식집, 찻집, 전통 공연장 등이 있는 일화당(一和堂)이다. SBS TV 화면 캡처·삼청각 제공
드라마 ‘돈의 화신’에서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 한정식집 ‘불야성’(위). 아래 사진 속 한옥은 삼청각 내 6채 한옥 중 가장 큰 건물이자 한정식집, 찻집, 전통 공연장 등이 있는 일화당(一和堂)이다. SBS TV 화면 캡처·삼청각 제공
지난주 종영한 SBS TV 드라마 ‘돈의 화신’에서는 매회 주요 배경으로 웅장한 한옥이 등장했다. 넓은 정원에 크고 작은 한옥 6채가 흩어져 있는 대저택은 극중 돈으로 정치인, 검사 등을 쥐락펴락하는 거물 사채업자 복화술 회장(김수미 분)의 집이자 그가 운영하는 고급 한정식집 ‘불야성’으로 설정돼 있다.

도심 속에 고즈넉이 숨겨진 ‘불야성’은 권력을 쥔 고위 인사들에게 고급 음식을 접대하며 공천 등 각종 청탁을 하거나 비밀 모의를 하는 공간으로 그려졌다. 이 장소는 드라마 ‘식객’(SBS), ‘빛과 그림자’(MBC), ‘드라마의 제왕’(SBS) 등에서도 고급 한정식집으로 등장했다. MBC TV 드라마 ‘궁(2006년)’에서는 황태자 이신(주지훈 분)과 황태자비 신채경(윤은혜 분)이 사는 곳으로 나왔다.

이곳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 북한산 자락에 있는 삼청각(三淸閣). 현재는 세종문화회관이 서울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지만 삼청각의 과거는 ‘불야성’과 닮았다.

대지 1만9448m²(5883평), 연면적 4529m²(1370평) 규모의 삼청각은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릴 때 박정희 정부가 북한 방문단과의 만찬 및 막후 협상 장소로 이용하기 위해 만든 한정식집이었다. 이후 삼청각은 1970, 80년대 여야 정치인 등 유력인사들이 밀담을 나누는 고급 요정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 때문에 삼청각에는 ‘요정 정치의 산실’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군사정권 시절 명성을 떨치던 삼청각은 1980년대 후반부터 강남 룸살롱 문화가 확산되면서 쇠락했다. 1997년 한정식집 ‘예향’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과거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중소건설업체에 팔렸다가 1999년 12월 문을 닫았다.

건설업체는 삼청각을 헐고 고급빌라를 지으려 했지만 서울시가 2000년 5월 삼청각을 문화시설로 지정하고 이를 매입했다. 이후 리모델링을 거쳐 2001년 10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현재 이곳엔 한식당이 있고 웨딩과 연회가 가능하다. 야외 공연장과 6채 한옥에서 월∼금요일 전통 공연을 볼 수 있다. 삼청각 홍보담당 이재효 씨는 “지금은 누구나 편하게 쉬고 즐길 수 있는 문화 휴식공간이니 많이 이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료셔틀버스(삼청각 출발 기준 첫차 오전 10시, 막차 오후 8시 20분)가 삼청각∼경복궁 동문∼조계사 입구∼종각역 5번 출구∼을지로입구역 1번 출구∼시청역 4번 출구∼광화문역 3번 출구∼현대갤러리 앞∼삼청각을 오간다. 문의 02-765-3700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돈의 화신#밀실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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