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스케치]연말거리 눈길끄는 장식들

  • 입력 2003년 12월 12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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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7시반, 20여m에 걸쳐 가로수 조명이 설치된 서울 중구 을지로 2가. 퇴근길 직장인들은 봄날 벚꽃놀이를 나온 사람들처럼 마냥 즐거워했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안개꽃 같고 가까이 다가가면 마치 꽃의 터널에 들어온 듯했다.

같은 날 오후 8시반 서울역 앞. 열차에서 내려 역사를 나서는 사람들은 사슴 모양으로 만든 야간 조명 장식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슴은 모두 10마리. 코에는 빨간색 전구를 달아 루돌프 사슴코의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연말연시인 요즘, 가로수 조명과 크리스마스트리 덕분에 서울의 밤이 아름답다.

연말을 맞아 서울 곳곳에 설치된 가로수 조명과 크리스마스트리가 도시의 밤을 화사하게 수놓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의 거리 조명(위쪽)과 중구 을지로2가의 가로수 조명. -안철민기자

13일 오후 5시반엔 시청 앞 크리스마스트리와 세종로 태평로 일대 가로수 조명에 불이 들어온다. 광화문∼세종로사거리∼덕수궁 앞∼원구단 앞까지 250여그루의 나무에 1그루당 200∼300개씩, 모두 5만6000여개의 전구를 달아 불을 밝힌다.

보통 가로수 조명은 전구가 달린 그물을 나무에 덮어 씌워 설치하지만 세종로와 태평로는 나뭇가지에 전구를 하나하나 끈으로 묶어 매달았다. 그렇게 하다보니 전구를 매다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적지 않게 걸렸다. 10여명이 10월 31일부터 전구를 달기 시작해 11일에야 작업을 마쳤을 정도.

가로수 조명을 담당하는 서울시 황의식 주임은 “세종로와 태평로는 나뭇가지를 따라 전구를 달기 때문에 불이 들어오면 나무의 모양이 그대로 살아난다”면서 “전구를 줄에 달아 나무 위에서 늘어뜨리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보다 세종로가 더 아름답다”고 자랑했다.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빌딩 앞엔 3m 높이의 나무 한 그루가 빨간 전구로 장식돼 있다. 대부분의 가로수 조명이 노란색인 데 반해 빨간 전구를 달아 색채가 돋보인다. 나무 밑동엔 유리로 보호막을 만들고 연두색 조명을 넣었다. 그 옆의 조형물 ‘망치질하는 사람’과 어울리면서 신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중구 무교동 갑을빌딩 앞의 가로등 조명도 단정하다. 붉은 조화(造花)와 은빛 철사 등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가로등에 줄지어 꽂았다. 노란 가로등, 흰색 철선, 붉은색 꽃이 잘 아울려 행인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해준다.

거리 조명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빠질 수 없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평화의문 옆과 서초구 서초동 서초IC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다.

10일 오후 9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입구. 자신의 소망을 적은 카드를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제대하고 싶어요. 여자친구를 위한 커다란 곰인형 하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카드를 걸고 있는 군인,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에게 김치냉장고 선물을 해드리고 싶어요’라고 글을 쓰는 20대 여성, ‘우리 아기 돌을 축하해’라고 쓰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는 젊은 아빠….

2003년 12월, 서울의 밤은 전구의 노란 불빛만큼이나 따스해 보였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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