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스케치]광화문-국회 해태석상 숨겨진 비밀

  • 입력 2003년 8월 22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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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광화문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해태 석상이 한 쌍씩 세워져 있다.

21일 광화문에서 만난 중학생 4명은 해태상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무섭게 생긴 것을 보니 경복궁을 지키는 수문장이 아닐까?”

“잘 모르겠다. 해태 하면 야구, 부라보콘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상상의 동물인 해태는 정의를 지키고 사악함을 물리치며 화기(火氣)를 눌러 화재를 막아주는 영물(靈物)로 여겨져 왔다. 두 곳의 해태상은 부릅뜬 두 눈에 당당한 풍채로 경복궁과 국회의사당을 지켜달라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광화문 앞 해태상은 조선 초 경복궁을 지으면서 함께 세웠다는 얘기도 있지만 19세기 말 흥선대원군 시절에 제작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당시 경복궁에 화재가 자주 발생하자 화기를 누르기 위해 세웠다는 것이다. 경복궁을 드나드는 관리들의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한다.

일제는 1923년 10월 해태상을 철거해 경복궁 한쪽에 방치하다 1929년 조선총독부 건물(현재 광화문 뒤 흥례문 자리) 앞으로 옮겼다. 이후 1968년 광화문을 복원하면서 그 앞으로 이전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국회 해태상은 1975년 의사당을 지을 때 함께 세워졌다. 사료수집 전문가인 이순우씨에 따르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소설가였던 월탄 박종화 선생. 월탄 선생은 “의사당의 화재를 막으려면 해태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국회에 건의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해태제과는 홍보 차원에서 해태상을 만들어 국회에 기증했다.

광화문과 국회의 해태상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다. 광화문의 해태는 앉아 있고 국회의 해태는 서있다. 광화문의 해태는 암수 구분이 없는 한 쌍이지만 국회의 해태는 암수 한 쌍이다. 배 아랫부분을 눈여겨보면 알 수 있다. 그 차이에 대해 이씨는 “국회 해태상을 제작한 이석순 당시 서울대 교수(조각가)가 광화문 해태와 다르게 하려고 의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차이는 국회 해태상 밑에 포도주가 묻혀 있다는 사실. 해태상 건립이 마무리될 무렵, 해태제과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해태주조에서 양조한 포도주를 해태상 아래 땅 속 10m 깊이에 묻었다.

이에 관해 “포도주 100병을 왼쪽 해태상 아래에만 묻었다”, “한 쪽에 36병씩 72병을 묻었다”는 등 이런저런 얘기가 전한다. 해태제과에 문의해 보니 “한쪽에 100병씩 커다란 항아리에 넣어 묻었다”고 공식 확인해 주었다.

포도주와 해태상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 흥미로운 대화 한 대목이 떠오른다.

“해태상이 술에 취해 국회를 잘못 감시하다 보니 의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치고받고 싸우는 것 같은데….”

“그래도 해태 두 마리가 있어서 여야간 치열한 몸싸움의 화기를 식혀줬기 때문에 그나마 의사당 건물이 유지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서울 광화문 앞의 해태 석상(왼쪽)과 국회의사당 앞의 해태 석상. 광화문 해태상은 앉아 있고 국회 해태상은 서 있다. -김경제기자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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