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신도시에선]분당 '여울 청소년 마을'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9시 26분


《14일 오후 4시경 ‘성남 청소년 동아리 축제’가 열리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로데오거리. 참가팀들의 경연이 벌어 질 때마다 지켜보던 500여명의 청소년 관중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성일여고 ‘유디’ 팀이 여가수 박지윤의 성인식 노래에 맞춰 춤을 추자 남학생들이 열광했고 뒤이어 풍생고의 댄스팀 ‘아성’이 등장하자 여학생들이 ‘와’하며 함성을 질렀다》

평소 쇼핑객들이 차지했던 공간이 이날만큼은 젊음의 열기로 가득했던 것. 여고생 김지연양(17)은 “쇼핑왔다가 음악소리가 들리기에 구경왔는데 또래 친구들이 너무 멋지게 공연해 보기 좋다”며 “이런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노래를 선보인 연합밴드 ‘무장공비’의 보컬 서정욱군(18)은 “분당에만 록밴드가 10여개가 넘는데 연습할 공간도 없고 실력을 뽐낼 행사도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가 열리기까지는 ‘여울 청소년 마을(이사장 이규원)’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이 단체는 청소년 문화불모지인 성남지역에 건전한 청소년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공주사범대 출신 김정삼씨(31) 등 4명이 지난해 4월 만든 비영리 사단법인. 사물놀이, 힙합댄스, 록페스티벌 등 청소년 공연만 연간 30여회를 개최했고 지난 여름방학엔 직업체험프로그램도 실시했다. 내년에는 3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중앙공원에서 청소년 상설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시의 인가도 받았다.

분당에서 벌어지는 모든 청소년 프로그램은 이 단체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인지 설립 1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성남지역 교사와 학부모를 비롯한 성인회원 120명과 청소년 동아리 20여개를 포함, 회원이 모두 8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직업체험교육까지 할 수 있는 ‘도심형 대안학교’를 설립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단체의 기획실장인 김정삼씨는 “요즘 일선 학교에서는 청소년의 문화욕구 충족과 진로결정을 위한 직업체험교육이 없는 실정”이라며 “역량이 갖춰지면 다양한 직업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성인회원의 회비와 기부금 등에 의존해 어렵게 활동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청소년 문화공간은 없다는 점. 김씨는 “분당지역만 중고교생 수가 8만여명에 이르는데도 청소년 문화공간이 단 한곳도 없다”며 “아쉬운 대로 분당에 있는 각종 공기업의 강당이라도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남〓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