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시민밥상은 지역 농축산물로…” 먹거리 주권회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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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푸드플랜’ 추진, 생산-유통-소비단계 안정화 유도
지역 먹거리 공급 비중 10년內 20%까지 끌어올리기로

전북 전주시 덕진구 원동 이모 씨 과수원에서 생산된 배는 영농조합을 거쳐 서울 송파구 가락동 경매장에서 가격이 형성된 뒤 다시 전주로 내려와 도매시장이나 대형마트, 동네 슈퍼를 거쳐 전주 소비자의 식탁에 오른다. 전주 전체 먹거리 소비시장에서 지역 농민이 생산한 농축산물 비율은 3∼5%다. 정작 전주시민들은 먼 곳에서 온 먹거리를 먹는다. 먹거리가 생산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나타내는 이른바 푸드마일리지가 긴 것이다. 지역 내 건강한 먹거리 생산과 소비가 단절돼 있는 상황이다.

전북 전주시가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전주푸드플랜’을 추진한다. 2만5000여 명의 농민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고, 70만 시민은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받는 시민 먹거리 주권 회복을 선언한 것이다. 전주푸드플랜은 대량 생산과 소비의 악순환에서 탈출해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갖추고 시민들은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받는 지역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시는 내년에 1000여 농가가 재배한 농축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직매장을 시내 3곳에 개설하고, 2025년까지 전주시내 7000여 농가 중 5000여 농가가 전주푸드플랜에 참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내년부터 매년 50억 원씩 10년간 총 500억 원을 투입한다. 지역산 원재료를 쓰되 착색제와 보존제 등을 쓰지 않는 믿을 수 있는 가공식품도 만들어 시민의 밥상에 공급한다.

전주시는 내년 전주월드컵경기장에 공공급식센터 등 물류 기반을 갖춘 ‘전주푸드허브’를 구축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북지부, 지역 대학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생산-유통-소비 단계를 안정화할 방침이다. 전주푸드플랜의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9월에 출범한 (재)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생산부터 소비까지 통합적인 관리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전주시는 전주푸드플랜을 통해 앞으로 10년 안에 지역 먹거리 공급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려 연 2000억 원 규모의 지역 먹거리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현재 전주지역 농가의 70%가량은 영농규모가 1ha 미만으로 영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량생산-대량유통-대량소비의 먹거리 체계가 지속되면 지역 농가의 다수를 차지하는 가족 소농이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게 전주시의 분석이다.

전주시는 우선 전주푸드플랜의 지속가능한 생산체계를 확립하기로 했다. 농업의 생산구조를 다품목 소량생산 연중 공급체계로 개편하고 농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족 소농을 직매장과 연결할 계획이다. 공공급식과 학교급식 등 공공부문의 지역 먹거리 공급 비중을 높이고 노인이나 아동급식 취약계층을 위한 식재료 지원에도 전주푸드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밖에 음식과 식품에 대한 지식을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음식시민’을 양성하고 농업을 6차 산업으로 육성해 일자리 창출로 연결시킬 계획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푸드플랜은 그간 소외돼 온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 시민을 먹거리 의사결정의 양 주체로 반듯하게 세우려는 것”이라면서 “시민의 건강한 밥상과 농민의 지속가능한 농업, 활력 있는 지역경제를 동시에 도모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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