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도시에 농촌의 숨결을 담아라”

  • 입력 2009년 10월 9일 0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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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도시인문학대회 19∼21일 인천서 열려
8개국 석학 80여명 참가
인간 중심 미래도시 모색

19∼21일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주관으로 인천 하버파크호텔(중구 항동)에서 열리는 ‘인천 세계도시인문학대회’에 8개국 80여 명의 석학이 모인다. 이들은 기조강연과 9개 주제별 토론회(세미나)를 통해 ‘사람의 도시를 위한 인문학적 성찰’을 하게 된다.

‘도시를 구할 묘약은?’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설 인하대 최원식 교수(60·국문학과)는 대중의 인기를 모은 작품 2개를 소개하면서 미래 도시 이야기를 펼친다. 그 첫 작품은 관객 300만 명을 끌어 모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 이 영화에선 주인공 김혜자 씨가 범인으로 몰린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공권력을 대신하는 광기 어린 홀어미 역할을 연기한다. 또 두 번째 작품은 100만 부 판매를 돌파한 베스트셀러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둘 다 미치고, 버려지는 ‘엄마’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다. 최 교수는 엄마를 농촌에 비유하는 것으로 해석해 ‘농촌시대의 종언’을 선언한다. 그리고 도시와 농촌이 결합된 21세기형 ‘열린 도시’ ‘문화 도시’를 제안한다.

최 교수는 “도시화에 강력히 저항했던 농촌이 이제 도시의 포로로 전락했음을 알리는 징표를 두 작품에서 읽을 수 있다”며 “도시의 질주를 그대로 둘 수 없기에 문화를 축으로 농촌 가치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 등 생태위기를 극복하고, 토박이와 이방인이 형제자매처럼 지낼 수 있는 ‘따듯한’ 도시를 조성하자는 것. 인천 출신으로 서울대를 나온 최 교수는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가로 등단했고, 창작과비평 편집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미국 빙엄턴 뉴욕주립대의 앤서니 킹 명예교수(67·예술사회학과)는 현대도시 특성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킹 교수는 “30년 전부터 ‘세계 도시’ 개념이 퍼지기 시작해 전 세계에 150개 글로벌 도시가 있다”며 “세계 최고층 빌딩, 다문화주의 등을 특성으로 하는 도시가 경쟁적으로 들어서지만 정체성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외에 프랑스 파리5대학(데카르트대) 미셸 마페졸리 교수, 미국 볼티모어 메릴랜드대 존 레니 쇼트 교수, 일본 나고야 긴조가쿠인대 니시야마 야에코 교수, 광운대 민유기 교수 등이 강연과 토론에 나선다.

인천학연구원 김창수 상임연구원은 “그동안 기능과 효율, 생산성을 최우선에 두고 도시 개발이 이뤄져 인간이 뒤로 물러나 있었다”며 “도시 역사와 문화자원을 잘 보존하고 활용하는 인간 중심의 미래도시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대회 기간 회의장 주변 로비에서는 개항기부터 1950년대 인천 모습을 담은 희귀자료 전시회인 ‘제물포의 표정전’이 이어진다. 당시 유럽 언론에 소개된 사진과 선교사, 외교관, 상인이 찍힌 인천 사진 등 20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토론회에 참석하려면 ‘인천 세계도시인문학대회’ 사무국(032-437-0921, www.iicuh.org)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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