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기후변화가 팬데믹을 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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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대유행)이 역사를 바꿨다.” 몇 년 전 의사인 친형과 ‘기후와 날씨, 그리고 건강’이라는 책을 썼다. 책을 쓰면서 세계의 역사를 바꾼 팬데믹의 위력에 크게 놀랐다.

가장 많은 문명을 멸망시킨 바이러스는 천연두로 타이노 문명, 아즈텍과 잉카 문명을 무너뜨리고 태평양제도의 많은 문명을 사라지게 했다. 흑사병은 그리스와 로마 문명, 켈트 문명을 붕괴시켰고, 14세기에는 전 지구 인류의 3분의 1 이상을 죽였다. 5000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스페인 독감은 역사를 바꾸었고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1991년 홍콩 조류독감도 엄청난 사망자를 냈다. 황열은 서인도제도 국가의 독립과 노예 해방에 영향을 줬다. 2000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제1차 세계대전 전후의 발진티푸스는 러시아가 공산정권으로 바뀌게 만든 동력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팬데믹은 기후변화가 극심한 시기에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후변화는 전염병을 부른다.” 세계보건기구는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감염병이 4.7% 늘어난다며 이렇게 경고했다. 지카 바이러스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기온이 높아질수록 더 창궐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미국의 G M 스캘리언 교수는 ‘악성바이러스로 인한 지구 재앙설’을 주장하는 학자다. 그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특유의 번식 환경이 조성되면 보통의 바이러스와 다른 구조를 가진 변종들이 생길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고 보았다. 그가 언급한 최악의 시나리오에는 바이러스 팬데믹이 가져올 전 지구적인 대몰살이 포함돼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나 몇 년 전 우리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메르스 등의 공통점은 스캘리언 교수의 말처럼 변종이기에 치료약도 없고 백신도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앞으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를 탄생시킬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독감이 주로 가져오는 호흡기증후군은 사스나 조류독감처럼 추운 겨울에 강하게 발생했다. 그런데 에볼라 바이러스나 메르스의 경우 기온이 무더운 중동 지역에서 발생했다. 의학자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변종 바이러스로 추정하는 이유이다.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미래에 얼마나 무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지 두렵다.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한 오늘날 신종 감염병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은 스스로 보호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전염병학자인 네이선 울프의 ‘전염성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이렇다. ‘귀찮더라도 예방 상태에 허점이 없도록 한다. 말라리아 창궐 지역을 여행할 때는 꼭 예방 주사를 맞는다. 겨울에는 호흡기 질환의 전염 경로를 염두에 두고 행동한다. 대중교통은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다. 지하철이나 비행기에서 내린 후에는 손을 씻거나 세정제를 활용한다. 악수를 나누면 곧바로 손을 씻는다. 쓸데없이 코나 입을 만지지 않는다. 깨끗한 음식과 물을 마시려고 노력한다.’ 단순한 방법이지만 전염병 예방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기 바란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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