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마음 건강도 해치는 미세먼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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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2019년이 가고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밝았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보였던 환경문제는 미세먼지였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설문 참여 인원의 59%가 미세먼지를 가장 큰 환경문제로 꼽았다. 정부 역시 미세먼지를 사회적 재난으로 지정하고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출범시키는 등 해결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처럼 모두가 미세먼지의 위험을 알고 있고 또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한 가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미세먼지가 미세먼지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해친다는 것이다.

영국의 과학저널 ‘환경 보건 관점’은 지난해 미세먼지 등 유해한 공기와 우울증, 자살 등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연구는 대기오염과 정신 질환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가설을 전제로 진행됐는데 실험 결과 통계적 연관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미국 독일 영국 인도 등 16개국에서 1977년부터 2017년까지 40년간 조사한 결과 m³당 10μg 이상 증가한 초미세먼지(PM 2.5)에 1년 이상 노출되면 우울증 발병 위험이 10%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다. 서울대병원이 2002년부터 2013년까지 26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는 미세먼지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지역의 자살 위험이 가장 적게 노출된 지역보다 4배가량 높았다. 특히 면역력이 부족한 어린아이나 노인,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미세먼지 수치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미세먼지와 당뇨병 혹은 고혈압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100μg 증가할 때마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은 1.44배씩 늘어나지만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의 경우 이보다 높은 1.83배 높아졌다.

미세먼지가 우리 마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시간이 짧은 만큼 우리는 아직 정확한 원인조차 모른다. 과학계나 의료계에서도 호흡을 통해 체내에 들어온 미세먼지가 혈관으로 침투한 뒤 뇌에 도달하면서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뇌 염증이나 신경세포 손상,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 저하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세로토닌 호르몬은 우리 뇌에서 짜증 나는 감정을 다스려주고 안정시켜주는 신경전달 물질로, 이것이 부족하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문요한이 쓴 ‘이제 몸을 챙깁시다’에 보면 “마음을 챙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몸을 챙기는 것”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어릴 적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던 ‘건강한 몸에 건전한 마음이 깃든다’는 문구가 떠오른다. 결국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서는 몸을 보살펴야 하고 몸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당면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마음이 아플 때 이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사회적 풍토도 필요하다. 새해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내 주위의 미세먼지 문제를 살펴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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