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음 요란한 ‘大豆전쟁’… 치킨게임 치닫나

구자룡 기자 , 박용 특파원 입력 2018-04-07 03:00수정 2018-04-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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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美-中 무역전쟁 ‘양날의 칼’ 콩과 국채 《2012년 2월 시진핑(習近平) 당시 중국 국가 부주석은 미국의 대표적인 ‘팜 스테이트(농업주·州)’ 중 한 곳인 아이오와주의 시골 마을 머스카틴을 찾았다. 그가 1985년 처음 지방 관리로 나간 허베이(河北)성 정딩(正定)현 서기 시절 콩(대두)과 옥수수 재배 기술 등을 견학하러 왔던 곳을 27년 만에 다시 방문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주중 대사로 임명된 테리 브랜스태드 당시 주지사가 시 부주석 일행을 맞았다. 그의 방문 기간에 중국 업체들은 1200만 t, 당시 가격으로 60억 달러가량의 대두 구매 계약을 맺었다.》

대두는 시 국가주석이 최고지도자가 되기 전부터 미국과 우호 경제 관계를 맺는 데 가교가 된 대표적인 농산물이다. 그런데 중국이 4일 꺼내 든 25%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 대두가 포함됐다. 대두가 우호의 상징에서 미국,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겨누는 창이 된 셈이다. 유예 기간을 두긴 했지만 그만큼 양국 분쟁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양국 농민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 모두에 고통스러운 결정이다. 누가 그걸 원하겠나.”(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4000에이커 규모 농장에서 대두와 옥수수를 재배하는 농부 크랜트 킴벌리 씨) 킴벌리 씨는 2012년 시 주석이 아이오와를 찾았을 때 만났던 농부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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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 콩(대두)을 대체 수입할 곳을 찾을 수 없다. 그만큼 미중은 서로 의존하고 있다.”(중국 톈진에서 돼지 3만 마리를 기르고 있는 양돈 경력 20년의 톈자오집단 순차오 총재)

대두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가 즉각 시행되지는 않고 유예 기간 중 양국이 협상과 조정과정을 거치며 샅바싸움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대두 카드’를 둘러싼 양국의 복잡한 사정도 깔려 있다.

○ 정치적 민감 품목 건드리나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중국에 수출한 대두는 3199만7000t으로 123억5600만 달러어치였다. 미국의 전체 대중 수출액(1539억 달러) 가운데 8%가량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대두만 놓고 보면 중국이 57.2%(금액 기준)를 차지한다. 멕시코(7.4%), 네덜란드(5.1%) 등 다른 국가의 비중은 낮다. 미국은 세계 대두 생산의 35.1%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으로 한 해 생산량 1억1951만 t 중 47.0%를 수출한다.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농산물 중 대두의 비중은 58%가량이다.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 미국산 대두는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대두가 생산되는 지역이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텃밭이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팜 스테이트’라는 점이다. ‘정치적 민감 품목’인 셈이다. 중국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2014∼2017년 미국 대두 생산 상위 10개 주(일리노이 아이오와 미네소타 네브래스카 인디애나 미주리 오하이오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아칸소)에서 생산된 대두는 미국 전체에서 95%를 차지했다.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리노이와 미네소타를 제외한 8개 주에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대두 전쟁’이 발생해 가격이 폭락하거나 수출길이 막히면 농업주 민심이 돌아서 11월 중간선거(하원 전원과 상원의 3분의 1 선출)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소니 퍼듀) 농무장관에게 행정부 다른 각료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 농부와 농촌을 보호할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광범위한 권한을 활용할 것을 지시했다”며 ‘트럼프 컨트리’의 농심 달래기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다.

○ 콩의 나비 효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1일 “중국이 지난해 수입한 대두 139억6000만 달러어치 중 124억 달러어치는 돼지 사육용”이라고 보도했다. 90%가량이 돼지 사료용 콩깻묵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는 얘기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에서는 줄잡아 4억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수입 대두값이 오르면 사료 가격이 오르고 이럴 경우 일반 서민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 중 하나인 돼지고기 가격도 오르게 된다.

돼지고기 가격이 중국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가량이다. 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5%, 2월은 2.9%였다. 비교적 안정적인 소비자 물가는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 즉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두는 식용유 제조 원료로도 사용된다. 볶고 튀기는 음식이 많은 중국에서 식용유 가격 동향은 서민들의 체감 물가에도 큰 영향을 준다.

사실 중국은 1995년까지 대두 수출국이었다. 그러나 1996년부터 수입국으로 돌아섰다. 국내 생산량은 10년 이상 1500만 t 안팎에서 정체되어 있는 반면 소비량은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수입량과 수입의존도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

2017년 중국의 대두 소비는 1억1080만 t으로 전 세계(3억4380만 t)에서 32%를 차지하는 최대 소비국이다. 생산은 한 해 1420만 t(4.2%)으로 세계 4위지만 9600만 t 이상을 수입해 수입의존도가 87.2%에 이른다. 2017년 기준 중국이 대두를 수입하는 국가는 브라질이 209억96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의 52.8%를 차지해 가장 많다. 2위 미국이 139억6000만 달러로 35.1%였다. 양국 비중이 88%에 육박한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이 나도 대두 카드를 쉽게 쓰지 못한 것은 미국에서 수입하는 양을 대체할 나라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3위 아르헨티나는 26억8400만 달러로 6.8%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는 수확기가 다른 것도 수입처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요인이다. 남미는 4, 5월에 수확하는 반면 미국은 9, 10월이 수확기다. 미중 갈등을 지켜보고 있는 브라질 등은 단백질 함량이 미국산보다 높다는 이유까지 들어 콩 가격을 크게 올릴 태세다. 미국 콩의 단백질 함량은 34.1%인 데 비해 브라질은 38.0% 이상으로 이에 상응하는 가치가 가격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미국 대두 수입량이 줄거나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 내 가격이 크게 올라 또 다른 파장을 낳게 된다. 중국 정부가 최근 옥수수와 대두 농가에 보조금 지급 방침을 밝힌 것도 중장기적으로 국내 생산량을 늘려 미국 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 경제적으론 미국, 정치적으론 중국 유리?

대두를 포함한 미중 무역전쟁을 두고 WSJ는 경제적 측면에선 미국이, 정치적 측면에선 중국이 유리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하지만 미국의 대중 수출은 GDP의 0.7%에 해당한다. 수출품에 대한 보복 관세의 ‘판돈’이 커질수록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이 타격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대두를 정면 겨냥했지만 이로 인해 대두값이 오를 경우 중국도 내상이 적지 않다는 게 단적인 예다.

반면 정치적 측면에선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시 주석과 공산당의 결정에 반기를 들 내부 세력이 없는 중국이 미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1000억 달러 추가 관세 검토 지시와 관련해 벤 새스 상원의원(공화·네브래스카)은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가장 멍청한 미친 짓”이라며 “그는 미국 농업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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