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내 제자, 내 친구 우리 손으로 지켜주자]<下>갈라진 교실… 스승의 권위 다시 세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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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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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고 대드는 아이들… 그래도 열쇠는 선생님에게 있다

지난해 서울 A중학교 교사 박모 씨(29·여)는 숙제를 제출하지 않은 B 군을 나무라다가 되레 심한 욕설을 들었다. 욕설을 한 B 군이 평소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용한 아이라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교사는 “어떻게 선생님에게 그런 욕을 할 수 있느냐”며 다그쳤다.

그때 교실 뒤쪽에 앉아 있던 학생 두 명이 키득키득 웃으며 “너 선생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라고 외쳤다. 그 학급에서 ‘문제아’로 소문난 아이들이었다. 박 교사는 얼굴이 빨개진 B 군을 보는 순간 힘센 아이들이 약한 B 군에게 욕을 해보라고 강요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심증’만으로는 그들을 혼내줄 수 없었다. 수업이 끝난 뒤 박 교사는 B 군을 따로 불러 욕을 한 이유를 캐물었다. B 군은 “그냥 장난으로 한 게임에 져서 그랬다”고 둘러댔다.

박 교사는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B 군이 따돌림 대상이 확실한데 보복이 두려워 아니라고 한다. 다른 아이들도 장난일 뿐이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가해학생을 막을 방법이 없어 막막했다”고 말했다.

○ 생활지도 포기한 교사, 교사 못 믿는 학생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경력이 많은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교직 경력 20년인 경기도 안산의 C고교 교사는 “젊은 여교사에게 욕설을 섞은 폭언을 하는 학생을 제지하려고 한마디 했더니 ‘당신은 꺼져’라고 했다. 상담이 가능이나 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수업 진행하기조차 쉽지 않은데 은밀히 이뤄지는 왕따나 폭력까지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북의 D초등학교 교사는 “한 학생이 인터넷으로 친구에 대한 욕을 다른 아이들과 공유하면서 왕따를 조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며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아이인데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거칠어져 생활지도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생들도 교사의 생활지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적으로 실시한 교원평가 만족도 조사에서 학생들은 교사의 학습지도보다 생활지도에 더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5점 만점인 만족도 조사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것은 ‘개인생활지도’ 영역이었다. 이 영역은 ‘선생님이 나에 대해 잘 알고 바르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하는가’와 같은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 교사와 학생의 거리 좁히자

교육계에서는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교사가 학생 개개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생활지도가 피상적으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김학일 와부고 교장은 “피해 학생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교사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자살은 없었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뭐든 말할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스마트폰 ‘카카오톡’으로 수시로 대화한다거나 학부모, 학생과 수련회에 함께 가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려면 학급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험점수만 강조하는 분위기를 바꾸고 교사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종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생활국장은 “교사에게 가해·피해학생에 대한 1차 조사권, 학부모 면담권 등의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라면 선별해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일기 쓰기는 최근에는 학생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해서 거의 사라졌지만 인성교육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는 “가정방문을 부활시켜 교사가 학생을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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