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나눔예술]‘문화소통’ 전국 무대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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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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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찾아간 ‘사랑의 인사’
시각장애인 주축 ‘하트체임버’… “나도 할 수 있다” 자신감 선물

하트체임버 오케스트라 이상재 음악감독이 17일 경북기독보육원 강당 무대에서 첫곡 ‘피가로의 결혼 서곡’ 연주를 마친 뒤 연주곡 해설을 하고 있다. 영덕=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하트체임버 오케스트라 이상재 음악감독이 17일 경북기독보육원 강당 무대에서 첫곡 ‘피가로의 결혼 서곡’ 연주를 마친 뒤 연주곡 해설을 하고 있다. 영덕=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 나눔예술 무대가 전국으로 확대돼 곳곳에서 아름다운 동행을 펼치고 있다. 동아일보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무대는 농어촌 다문화가정과 벽지의 이웃에게 문화소통의 기회를 넓히고 있다. 경북 영덕의 작은 보육원에서 열린 특별한 연주회와 강원도 평창의 다문화가족을 위한 춤 나들이는 잔잔한 감동을 준 무대였다. 》
지휘자가 없다. 대부분 연주자들 앞에는 악보도 없다.

낯선 광경에 어린이들은 숨죽이며 무대를 응시했다. 이윽고 울려 퍼진 ‘피가로의 결혼 서곡’은 보육원 강당을 경쾌하게 내달렸다.

17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해면 경북기독보육원(원장 김홍기)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 이날 연주를 맡은 ‘하트체임버 오케스트라’는 19명 단원 중 10명이 시각장애인이다. 이들은 창단 이듬해인 2008년 통영국제음악제 프린지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해 ‘기적의 오케스트라’란 찬사를 받았다. 어린이들은 물론 보육원·아동센터 교사들도 엘가의 ‘사랑의 인사’, ‘마법의 성’ 등 귀에 익은 곡들이 흐르자 어깨를 흔들며 밝은 표정으로 음악회를 즐겼다.

연주자들은 서로의 소리를 예민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춰 자신의 박자를 가늠하며 아름다운 어울림을 만들어 나갔다. 7세 때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은 음악감독 이상재 씨(클라리넷)는 미국 피바디 음대에서 장애인 최초로 박사학위를 딴 실력파다. 녹내장으로 최근 시력을 거의 잃은 김종훈 악장(32회 동아음악콩쿠르 바이올린 3위)은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연주 기반을 닦았다.

점자악보를 통째로 외우고 막대를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는 하트체임버 단원들의 연습은 그야말로 악전고투의 연속. 보통 오케스트라가 한두 번이면 서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클래식 소품도 100∼200시간 연습해야만 겨우 가능하다.

음악회가 무르익자 두 초등학생이 관객 앞에 섰다. 아이들은 동요 ‘아기염소’를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앙증맞은 모습으로 노래와 율동을 펼쳤다.

영덕나눔지역아동센터 정용선 교사(47·여)는 “몸이 불편한 단원들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기에 이렇게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라며 “이번 음악회가 우리 아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것 같다”고 말했다.

영덕=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 ‘현대무용’ 나들이에 산골마을이 들썩 ▼
‘트러스트 무용단’ 야외 공연… 평창의 다문화 가족들 환호


트러스트 무용단원들이 24일 평창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야외무대에서 ‘미완성 인생사’
중 빨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평창=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트러스트 무용단원들이 24일 평창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야외무대에서 ‘미완성 인생사’ 중 빨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평창=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여름의 끝자락인 24일 오후 강원 평창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앞뜰 무대.

어둠이 깔리면서 남국풍의 음악을 따라 무용수들이 등장했다. 트러스트 무용단(대표 김형희)의 첫 무대로 춤의 제목은 ‘향수(鄕愁)’. 잔잔한 음악 아래 “보고 싶구나. 잘 지내지?”라는 무용수들의 대사가 나오자 객석 이곳저곳에서 멀리 떨어진 고향의 가족을 생각하는 듯 눈시울이 붉어지는 관객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관객은 베트남과 중국계 주부가 다수.

다문화가족 주부들과 함께 온 아이들은 공연을 잘 이해하지 못한듯 연방 질문을 하기에 바빴다. 한 아이는 그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서로 부딪치는 두 무용수의 퍼포먼스가 무슨 의미인지를 물었고 어머니가 또박또박 설명을 해주는 모습도 보였다. 이 퍼포먼스는 다투던 친구들이 화해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이날 공연에서 빨래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 여자의 일생을 유쾌한 몸짓으로 표현한 ‘미완성 인생사’는 인종과 국가를 넘어 주부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베트남 출신인 부티홍 씨(28)는 “공연이 재미도 있었지만 우리 여자들이 사는 모습을 잘 그린 것 같아 이해하기가 쉬웠다”고 말했다. 마지막 무대는 관객과 함께하는 ‘막춤’ 퍼포먼스가 장식했다.

중국계 주부 만샤오린 씨(31)는 “갑작스레 무대에 올라 무척 당황스러웠다”며 “어색했지만 모두가 즐거워해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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