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진로 생생컨설팅]<5>‘성적 상위 30%’ 중3 김수정 양의 고교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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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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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 학습력 높다면 남녀공학 자율고 도전 할 만

어느 고등학교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정원여중 3학년 김수정 양(왼쪽)이 허철 진학사 선임연구원을 찾아와 상담하고 있다. 허 연구원은 “성적이 오르고 있고 학업 의지도 강하다면 자율고에 지원해 보는 게 좋은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어느 고등학교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정원여중 3학년 김수정 양(왼쪽)이 허철 진학사 선임연구원을 찾아와 상담하고 있다. 허 연구원은 “성적이 오르고 있고 학업 의지도 강하다면 자율고에 지원해 보는 게 좋은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고교 선택의 계절이 돌아왔다. 다음 달부터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가 신입생을 모집하고 12월에는 일반계고가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과학고와 마이스터고 입시는 끝났다.

서울 서대문구 정원여중 3학년인 김수정 양(15)의 가장 큰 고민은 어느 학교를 가야 하느냐는 것.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거나 친구들 얘기를 들어봐도 뭘 보고 학교를 선택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김 양은 고민 끝에 진학사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 성적 향상 의지 있다면 자율고로

허철 진학사 입시분석실 주임연구원=성적이 상위 30% 정도라 외고는 어렵겠다. 자율고와 일반고 중에서 고민해야 하는데 자율고는 생각해본 적 있니?

김수정=네. 근데 내신에서 불리할 것 같아서 걱정이 돼요. 제 목표가 서울 중상위권 대학 상경계열인데 가능하면 내신 관리를 잘해서 수시로 가면 좋겠거든요. 관심은 있는데 선뜻 지원하지는 못하겠어요.

허=자율고는 중학교 내신 성적이 상위 50% 이상만 지원할 수 있어서 내신 경쟁이 더 치열하긴 하지. 작년에 상담했던 한 친구는 수정이와 비슷하게 내신 3등급 정도였는데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어머니 뜻대로 자율고에 들어갔다가 지금은 6등급 밑으로 떨어졌어. 원래 공부보다는 다른 쪽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이라 자율고에 적응하지 못했지. 그 친구는 일반고에 갔어도 성적이 좋지 않았을 거야. 오히려 특성화고가 어울리는 학생이었거든.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성적보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목적의식이야.

김 양은 상담을 받기 전에 ‘진학예측진단’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김 양의 ‘진학적응지수’는 97%로 또래 학생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었다. 이 수치는 성실성, 친화력, 스트레스 대처능력을 종합 평가해 고교생활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자기주도학습지수’도 98%로 매우 높았다.

김 양은 경영·경제학을 배워 해외에서 바이어로 활동하려고 한다. 중1 때부터 꾸준히 성적이 오르면서 공부에 흥미가 생겼다. 허 연구원은 “수정이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동기가 확실하고 자신감이 있다. 성적을 올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 성적이 조금 낮더라도 자율고에서 경쟁을 하며 실력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다양한 비교과 활동 제공하는지 살펴야

김=대입에서 수시 비중이 높아진다는데 자율고에 가면 수시에서 불리하지 않을까요?

허=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은 대부분 수시에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등급을 반영한다. 수정이는 내신뿐만 아니라 수능 등급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얘기지. 자율고는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이 있으니까 일반고보다 수능의 주요 과목에 더 많이 투자한다. 수능 대비에 더 유리한 거야.

김=그래도 내신은 더 불리하잖아요.

허=이런 대학은 대부분 내신만 반영하는 게 아니라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면서 비교과영역을 주의 깊게 보거든. 자율고는 학생들이 오지 않으면 운영이 어려우니까 다양한 교육과정을 만들려고 한다. 특히 다양한 활동을 운용하므로 비교과영역 관리는 자율고가 아무래도 일반고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지. 수정이는 집이 어디지?

김=서대문구요.

허=서대문구의 자율고는 이대부고가 있고 인근에는 중구 이화여고, 양천구 한가람고가 있어. 이 중에서는 한가람고가 가장 경쟁률이 높았다. 입시 실적이 제일 좋았기 때문이겠지. 상위권 학생이 제일 많이 가는 자율고 중 한 곳이야. 이화여고와 이대부고를 비교하면 이화여고는 여고이기 때문에 내신 경쟁이 더 힘들 수 있어. 자율고 중에 남고가 많아서 공부 잘하는 여학생들이 몇 개 여고랑 남녀공학 학교에 몰리게 되거든. 그런 면에서 보면 남녀공학인 이대부고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

○ 근처 학교들의 기본 정보를 파악해야

허=일반고를 따져보기 전에 먼저 자율형공립고나 중점학교도 생각해봐야 해. 수정이는 문과 지망이라서 과학·예술 중점학교는 생각해볼 필요가 없겠지만 자율형공립고는 인근에 서울여고가 있다. 학비가 일반고와 똑같은 수준이지만 교육과정 자율권이 있으니 한번 지원해 볼 만해. 다만 수정이가 사는 서대문구가 아니라 마포구에 있는 학교라 합격 가능성은 낮은 편이야. 해당 지역 거주자를 우선 50% 뽑거든.

김=일반고는 집에서 가까운 편인 A여고를 생각했어요.

허=고교선택제에 따라 1단계에서 서울 전 지역 학교 중 2곳을 고르고 2단계에서 거주지역 학교군 학교 중 2곳을 고르게 된다. A여고는 수정이가 속한 서부학군(서대문·마포·은평구)이 아니니까 1단계에서만 지원할 수 있지. 여학생이 보통 내신이 좋으니까 A여고는 내신 경쟁이 좀 더 치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진학 실적이 근처 학교 중에서 좋은 편이라 학습 분위기가 좋을 거야.

허=수정이가 사는 서부학군 학교를 보자. 집에서 가까운 편인 B고는 서울대 합격률,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같은 수치가 지역에서 상위권이네. 남녀공학이라 내신 경쟁도 더 수월할 수 있어. C고는 학생 수가 너무 적다. 학생 수가 적으면 상대평가인 내신 경쟁에서 상위권에 들기가 더 어려워져. 차라리 은평구에 있는 D고와 E여고를 지원해 보는 게 좋겠다.

김=인터넷에는 어느 학교 교복이 예쁘다, 두발 규제가 심하다 이런 얘기밖에 없는데 이렇게 여러 가지를 따져봐야 하는지 몰랐어요. 자율고도 지원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율형공립고, 같은 區 지원자 50% 우선선발

고등학교는 입시 시기에 따라 전기고와 후기고로 나뉜다. 전기고에는 과학고 외국어고 마이스터고 예술고 체육고 등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 특성화고가 있다. 후기고에는 자율형공립고, 중점학교(과학·예체능), 일반고가 있다. 전기고에 합격하면 후기고에 지원할 수 없다.

전기고인 자율형사립고와 후기고인 자율형공립고는 특정 과목의 수업시수를 늘리거나 줄이는 자율권이 일반고보다 크다. 자율형사립고는 교과 이수단위의 50%를, 자율형공립고는 35%를 학교 자율로 증감해 운영할 수 있다.

자율형사립고는 정부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학비가 일반고보다 최고 3배까지 비싸다. 자율형공립고는 학비는 일반고와 차이가 없다. 자율형공립고는 교육 여건이 낙후된 지역에 지정된다.

자율형사립고는 각 학교가 내신, 면접 등 필기고사를 제외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하지만 서울의 자율형사립고는 사교육 유발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내신 50% 이내인 지원자 중에서 추첨으로 뽑는다. 단, 설립 당시 선발권을 갖고 있던 하나고는 지금도 자기주도학습 전형으로 자체 선발한다.

서울 시내 중학생이 쓰는 후기고 원서에는 자율형공립고와 중점학교를 지원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 희망하는 학생만 하나씩 쓰면 된다. 옆에는 일반고 지원란이 있다. 1단계에 2곳, 2단계에 2곳을 쓸 수 있다. 자율형공립고와 중점학교까지 모두 지원한다면 최대 6개 학교를 고르는 셈이다.

후기고 배정은 자율형공립고부터 시작된다. 자율형공립고는 1단계에서 학교가 있는 자치구에 사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추첨해 정원의 50%를 뽑는다. 이후 1단계에서 탈락한 학생과 다른 자치구 출신 지원자를 합쳐 다시 추첨해서 나머지 50%를 배정한다. 자율형공립고에 합격하면 중점학교나 후기 일반고에 갈 수 없다.

다음은 과학·예체능 중점학교다. 중점학교는 학교가 속한 학교군에 사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추첨해 정원의 50%를 뽑는다. 이후에는 자율형공립고와 마찬가지로 전체 지원자를 대상으로 다시 추첨한다. 중점학교에 합격하면 후기 일반고에 배정되지 않는다.

마지막은 후기 일반고 배정이다. 고교 선택제를 도입한 서울은 1단계에서 정원의 20%, 2단계에서 40%, 3단계에서 40%를 추첨하는 식으로 단계별 배정을 한다.

1단계에서는 서울의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2곳 지원할 수 있다. 2단계에서는 거주지역 학교군에 속한 2곳을 고를 수 있다. 3단계는 따로 지원할 필요가 없다. 1, 2단계에서 배정되지 않은 학생들을 통학 거리와 희망 학교, 종교를 고려해 배정한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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