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진로 생생컨설팅]<4>바람직한 고교 계열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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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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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성적보다 ‘직업 적성’ 따져 문-이과 택해야

윤민정 김영일교육컨설팅 수석컨설턴트가 계열 선택에 대해 학생과 상담하는 모습. 그는 “자신의 적성과 가치관, 흥미를 잘 알고 난 뒤
 적합한 직업과 학과를 선택하고 그에 맞춰 계열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에 나오는 사례와 관련 없다. 
김영일교육컨설팅 제공
윤민정 김영일교육컨설팅 수석컨설턴트가 계열 선택에 대해 학생과 상담하는 모습. 그는 “자신의 적성과 가치관, 흥미를 잘 알고 난 뒤 적합한 직업과 학과를 선택하고 그에 맞춰 계열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에 나오는 사례와 관련 없다. 김영일교육컨설팅 제공
고교 시절은 진로를 위해 다양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다. 특히 중요한 선택 중 하나가 바로 문·이과 계열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일이다. 이에 따라 고교 2, 3학년 때 배울 과목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선택 영역, 지원할 학과가 달라진다.

○ 수학 성적이 문·이과 선택 기준은 아냐

수능은 모든 영역이 선택형이므로 문과와 이과를 따로 분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문과 학생은 수리‘나’와 사회탐구를, 이과 학생은 수리‘가’와 과학탐구를 고른다. 지난해 수능에서 영역별 응시자 비율을 보면 사회탐구는 59.5%, 과학탐구는 34.8%의 수험생이 선택했다. 수험생 가운데 문과 학생이 이과 학생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과를 선택하면 문과보다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적으니까 상위권 대학에 쉽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적지 않다.

조미정 김영일교육컨설팅 교육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산술적으로는 맞는 얘기지만 단순히 입시의 유불리를 따져 계열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후 2년간 어떻게 공부하느냐에 따라 당초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계열 선택이 적성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을 잘하면 이과, 수학을 못하면 문과로 가는 선택도 같은 이유로 반드시 바람직하지는 않다. 조 소장은 “계열을 선택하는 학생은 판단할 근거가 겨우 고교 1학년 성적밖에 없다. 지금 수학 성적이 영어 성적보다 몇 점 낮다고 해서 문과 성향이라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 성적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 적성, 가치관, 직업 흥미도 따져봐야

희망하는 직업이 확실할수록 문·이과 선택은 어렵지 않다. 문·이과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유는 자신의 적성을 잘 몰라 희망하는 직업이 없거나, 희망하는 직업은 있지만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할지 몰라서다.

조 소장은 “혼자서 자기 적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여러 기관에서 제공하는 적성 또는 성격검사를 통해 객관적인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검사는 홀랜드 진로탐색검사, 홀랜드 적성탐색검사, 학습흥미검사, MBTI 성격검사다. 커리어넷(www.careernet.re.kr), 한국가이던스(www.guidance.co.kr)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서 제공한다. 인터넷으로 집에서 간단히 해볼 수도 있다.

이런 검사는 자신의 성격이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계획적인지 즉흥적인지 알려준다. 또 다양한 가치관 중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지, 어울리는 직업군은 무엇인지도 보여준다.

따라서 어떤 직업이 적성에 맞는지 알고 난 뒤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지 살펴보고 문·이과 중에서 어느 계열이 유리한지 따져보는 식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희망 직업이 있지만 문·이과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커리어넷 등의 대학 학과 정보를 이용해 직업과 학과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 무턱대고 계열 선택 말아야

일부 학생은 이과를 선택한 뒤에도 나중에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하면 된다고 생각해 일단 이과를 고르기도 한다. 이과에서 배우는 수학 범위가 넓으므로 이과에서 인문계열로 지원할 수는 있지만 문과에서 자연계열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수능 영역별 응시자를 봐도 과학탐구를 선택한 학생보다 수리‘가’를 선택한 학생이 적다. 이과 학생 중에서도 문과 학생이 보통 선택하는 수리‘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런 사례는 이과생 중 수학 성적이 특히 나쁜 학생들이 선택하는 ‘최악의 경우’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주요 대학은 대부분 인문계열 학과에서 사회탐구를 요구하는데 이과생이 이런 학과에 지원하려면 공부 부담이 너무 크다. 또 상위권 대학은 대부분 수리‘가’를 요구한다. 조 소장은 “적성에 맞는 계열을 선택한 후 학습 계획을 잘 세워서 목표 학과에 맞춰 미리 대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1 왕모 군의 경우▼
적합성-직업가치관-진로 흥미 3단계 검사
활동적-주도적 성격 두드러져 文科적합


고등학교 1학년인 왕모 군(16)은 계열 선택을 앞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어떨 때는 문과 성향 같은데 어떨 때는 이과가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조언을 듣기 위해 김영일교육컨설팅을 찾았다.

윤민정 김영일교육컨설팅 수석 컨설턴트는 “왕 군은 특별히 장래 희망을 정해놓지 않은 상태였다. 그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의지도 약했다”고 말했다. 왕 군은 먼저 자신의 성향과 그에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아보기 위한 ‘진로-대입 적합성’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왕 군은 ‘활동성’과 ‘수용성’이 높았다. 독창적이고 넓은 안목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 강한 반면 세부적인 일은 경시하고 태만하기 쉽다.

윤 컨설턴트는 자극을 주고받는 토론학습이나 협동학습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세부적인 일정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으므로 학습 우선순위와 계획을 세우는 버릇도 필요하다.

왕 군은 다음으로 ‘직업 가치관’ 검사를 받았다. 여러 직업 활동의 근간이 되는 가치관 중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기 위해서다.

검사 결과 ‘인정성’과 ‘주도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윤 컨설턴트는 “자신이 한 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인정과 칭찬을 받으며 눈에 보이는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실용성’에서도 높은 점수가 나왔다. 전공을 택할 때 순수학문보다는 응용학문이 적합할 수 있다. 반면 ‘질서정연성’이 낮아서 보관 및 정리를 깔끔하게 해야 하는 직업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세 번째는 ‘진로 흥미’ 검사였다. 어떤 직업군에 얼마만큼의 흥미를 갖고 있는지 보기 위한 검사다.

왕 군은 평균적으로 자연계열에서 흥미 지수가 높았지만 경영 분야가 특히 두드러졌다. 즉 과학보다는 수리나 통계를 이용한 회계 또는 경제 분야가 적합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봉사 분야도 지수가 높았지만 직업 가치관 검사 결과를 보면 봉사성이 그다지 높지 않으므로 사회봉사활동보다는 대인관계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해석됐다.

검사 결과를 종합하면 왕 군은 개인이나 조직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을 지도하는 직업군을 좋아한다. 또 남과 협력해 일하는 방식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도 관심이 있다.

이를 토대로 윤 컨설턴트는 왕 군에게 문과를 추천하면서 “성향과 흥미를 봤을 때 경영·경제 분야가 적합하다. 사람들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지도하는 교육 분야도 적절하다. 문·이과 중에서는 문과가 향후 진로에 어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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