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행복한 사회]<10·끝>다둥이 엄마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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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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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늘면 힘들줄 알았는데… 아이 수만큼 웃음도 늘었어요”

3남 2녀 다섯 자녀를 둔 다둥이 엄마 김현주 씨 가족이 환하게 웃고 있다. 김 씨는 “아이가 한 번 웃으면 나는 다섯 번 웃는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3남 2녀 다섯 자녀를 둔 다둥이 엄마 김현주 씨 가족이 환하게 웃고 있다. 김 씨는 “아이가 한 번 웃으면 나는 다섯 번 웃는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엄마가 행복한 사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엄마 대부분이 행복하지 않았다. 가사와 육아만으로도 벅찬데, 회사에서도 눈칫밥을 먹어야 한다. 몸과 마음이 모두 무겁다. 아이 하나 낳아 기르기가 이렇게 힘든데, 둘이 엄두가 나겠느냐는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엄마들도 있었다. 아이를 셋 이상 둔 ‘다둥이’ 엄마들이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밝고 힘찼다. 의외다. 질문을 던지면 한숨부터 쉬던 엄마들과 확연히 달랐다. 하나는 힘들지만 둘, 셋을 낳아 길러 보니 행복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다둥이 엄마의 삶이 궁금해졌다. 》
○ 정성으로 키워 행복을 꽃피우는 가정

마흔 살이던 4년 전, 김현주 씨(44)는 다섯째 아이를 임신했다. 기절할 뻔했다. 남편에게는 말도 못 꺼냈다. 힘겹게 자식 네 명을 키웠는데, 또 임신이라니….

김 씨 부부는 1993년 결혼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다짐했고, 아들 둘을 낳았다. 셋째가 들어섰다.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딸이라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낳기로 했다.

임신 7개월째에 이란성 쌍둥이란 사실을 알았다. 8개월 만에 2.4kg과 2.2kg으로 태어난 쌍둥이에게 뇌출혈 진단이 떨어졌다. 반년 가까이 인큐베이터에서 살았다. 엄마도 아팠다. 한 달간 병원 신세를 졌다. 우울증도 찾아왔다.

쌍둥이가 차츰 건강을 되찾았다. 두 아들이 정성으로 동생들을 챙겼다.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힘겨웠지만 행복으로 귀결된 지난날을 떠올리다 결심했다. “그래. 다섯째를 낳자.” 그렇게 해서 태어난 막내딸 예빈이는 어느새 출근하는 엄마의 어깨를 주무를 만큼 컸다. 장래 희망을 물으면 “엄마 같은 엄마가 될 거야”라고 말한다. 행복하다.

다섯 아이를 키우자면 아무래도 양육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명품을 입히거나 비싼 학원을 보내지도 못했다. 외식 한 번 할 때도 망설여진다. 이렇게 살다 보니 웬만한 다둥이 엄마들은 ‘알뜰 양육’ 비결을 가지고 있다. 김 씨의 비결은 ‘정성’이란다.

“아이를 키우는 건 돈이 아니라 정성입니다. 엄마는 아이들이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분위기만 잘 만들어주면 돼요.”

김 씨는 탕수육, 도넛 같은 외식거리들을 직접 만들거나 채소를 활용한 토종 식단을 올린다. 비용도 줄이고 영양까지 챙기는 일석이조다. 텃밭에서 아이들과 감자를 재배하는 일은 또 다른 행복이다. 장애인시설을 찾아 봉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장애인에게 음식도 만들어주고 말벗도 해주면서 아이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을 거라고 믿는다.

“아이가 한 번씩만 웃어도 저는 다섯 번을 웃게 돼요. 일일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매일 느끼고 산답니다.”

○ 아이들끼리 스스로 크는 가정


김 씨의 막내 예빈이는 네 살이다. 예빈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둔 엄마 대부분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아이에게 밥을 떠먹여줘야 하고, 옷을 입거나 양치질을 할 때도 거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예빈이는 세수하고 밥 먹고 방 치우는 일을 스스로 한다. 엄마가 자기만을 챙겨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닫고, 모든 일을 혼자 하는 요령을 또래 아이들보다 일찍 터득한 것이다.

의학적으로도 이는 입증된 사실이다. 엄마가 행복한 사회 자문단인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는 “형제가 많은 집의 아이들은 자신이 먹을 수 있는 것, 받을 수 있는 사랑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는다. 자잘한 좌절감을 겪으면서 인성이 일찍 발달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형제자매가 서로 돕고 아껴주는 모습을 보는 것도 다둥이 엄마의 행복이다. 8세 4세 된 딸과 갓 돌이 지난 아들을 키우는 김미현 씨(37)도 그런 사례다. 김 씨는 누나 둘이 막내 동생을 보살피는 모습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신단다.

막내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은 맏딸 채린이의 몫이다. 이 또한 또래 아이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따뜻한 마음씨다. 채린이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막내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채린이는 둘째 채원이에게 엄마의 사랑을 빼앗겼다며 샘을 낼 때가 더 많았다. 엄마가 채원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으면 방 안으로 들어가 울기도 했다.

하지만 채원이가 갓 태어난 남동생 곁을 떠나지 않고 놀아주는 모습을 보고 채린이의 마음도 바뀌었다. 두 동생을 살피는 맏이로 훌쩍 큰 것이다. 김 씨는 “내가 가르칠 수 없는 이타심을 아이들 스스로 배우는 것 같다. 세 남매가 앞으로 이 세상을 함께 헤쳐 나갈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다”며 웃었다.

“아이가 많아질수록 양육 스트레스가 클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반대예요. 아이가 한 명뿐이면 온 신경을 아이에게 쏟게 되고, 그만큼 아이도 엄마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아이가 여러 명이니 스스로 서로 도우며 자란답니다.”

○ “아빠가 친구가 됐어요”

다둥이 가족이 행복해지려면 필수조건이 있다. 바로 ‘자상한 아빠’다.

아무리 아이들의 자립심이 강하다 해도 가족이 늘면 뒤치다꺼리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모든 걸 나 몰라라 하면 엄마의 등만 휘어질 수밖에 없다. 가사와 양육을 적극적으로 분담하려는 남편의 자세가 요구된다.

김미현 씨의 남편 심보현 씨(37)는 퇴근하면 모든 걸 제쳐두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첫째 아이의 숙제를 도와주면서 둘째 아이와 놀아준다. 우는 막내는 등에 업고 달랜다. 아이들 셋을 모두 씻기고 재우는 것도 심 씨의 몫이다.

심 씨는 아내에게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한 달에 한 번은 휴가를 준다. 그런 날에는 아이 세 명을 하루 종일 심 씨가 돌보고, 아내는 외출을 한다. 아내는 못 봤던 친구를 만나 쇼핑을 하거나 반나절 이상 걸리는 파마도 하곤 한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아내는 훨씬 밝은 표정이다. 그 긍정 에너지가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엄마가 행복한 사회 자문단인 조복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다자녀가정이 많아지려면 아빠들이 양육의 기쁨을 알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책이 남편에게도 미쳐야 한다는 뜻이다.  
▼ 출산 축하금-세금 감면-전기료 할인… 하나 더 낳을까? ▼


아이 맡길 데가 없으니 아이를 낳지 않는다. 중년 이후 엄마의 고단한 삶을 지켜보던 딸들은 결혼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이러니 정부가 아이를 많이 낳자고 아무리 떠들어도 출산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그나마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우선 둘째 이상 아이를 낳으면 축하 명목의 돈을 주는 지자체가 꽤 있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가 내년 2월 말 이전에 셋째를 낳으면 500만 원, 넷째를 낳으면 1000만 원을 준다. 3월 이후에는 각각 100만 원과 3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중구도 셋째 100만 원, 넷째 300만 원을 준다.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10명 이상의 아이를 낳으면 3000만 원을 준다.

지방에서는 광주 동구가 셋째 이상의 아이를 낳으면 가장 많은 1000만 원을 준다. 이 밖에도 셋째 아이를 낳으면 충북 영동군은 500만 원을, 전남 장흥군은 400만 원을 준다. 지원 자격은 거주 기간이나 다른 조건에 따라 지자체별로 다르다. 따라서 자신이 속해 있는 지자체에 문의하는 게 좋다.

다자녀가정에 대해서는 세금 감면 효과도 있다. 연말정산 때 자녀 한 명당 150만 원이 기본공제된다. 아이들이 6세 이하라면 100만 원이 추가공제된다. 그해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는 200만 원이 추가공제된다. 18세 미만의 아이가 3명 이상 있다면 자동차를 구입할 때 한 대에 대해 취득세와 등록세가 면제된다.

세 자녀 이상의 무주택 가정은 전용면적 85m² 이하의 공공주택에 한해 공급 물량의 10% 범위 내에서 우선권을 받는다. 그 외 주택은 5% 범위 안에서 특별 공급된다. 국민임대주택도 10% 범위 안에서 우선 공급된다.

이 밖에도 전기 요금 할인 혜택이 있다. 자녀가 세 자녀 이상이라면 전기 사용량에 관계없이 20%를 할인해 준다. 지자체별로 다자녀 우대카드를 발급해 대형마트나 문화시설을 이용할 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특별취재팀 ::


▽팀장
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팀원 정효진(산업부) 구가인(경제부) 신나리(국제부) 이새샘(사회부) 우경임 한우신 남윤서 최예나(교육복지부) 곽민영(문화부)

:: 엄마가 행복한 사회 자문단 ::

강지원 변호사
김미경 더블유 인사이츠 대표
김행미 KB국민은행 강동지역 본부장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이복실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
임오경 서울시청 핸드볼 감독
전재희 국회의원·전 보건복지부 장관
전주원 전 여자농구 국가대표
정이현 소설가
조복희 육아정책연구소장
최성남 글로벌어린이재단 뉴욕 회장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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