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GREEN]봉투 비닐 떼어내고 긴 영수증 짧게하고 과대 포장 간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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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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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소비자들 목소리 반영깵 현대백화점의 친환경 경영 현장

고객 참여 창구 만들어
친환경 아이디어 모아

소비자 참여 유도하고
기업 이미지 개선 효과

현대백화점 직원들과 트렌드 리포터 고객들이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옥수수 성분용기, 디자이너 장바구니 등 고객의 친환경 아이디어가 반영된 제품을 선보였다.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직원들과 트렌드 리포터 고객들이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옥수수 성분용기, 디자이너 장바구니 등 고객의 친환경 아이디어가 반영된 제품을 선보였다.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올 2월 말부터 고객에게 발송하는 청구서 봉투를 교체했다. 봉투 주소창의 재질이 비닐에서 투명한 종이로 바뀌었다. 특수처리한 친환경 유산지(硫酸紙)를 사용했기 때문에 봉투의 장당 원가가 2원 정도 더 들었다. 봉투 교체는 ‘착한 소비자들’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상당수 소비자가 종이봉투에서 비닐을 일일이 떼어내 분리배출을 하는데 번거로울뿐더러 잘 분리되지도 않는다는 불만을 회사에 제기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봉투 교체로 분리배출률이 높아진 점을 감안했을 때 연간 70∼200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자연보호 측면을 보면 30년생 원목 1만∼3만 그루를 보호하는 효과다. 한동용 현대백화점 회원운영팀장은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기업이 친환경 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라고 말했다.》
○ 착한 소비자 등쌀에 친환경 경영

‘착한 소비자’는 현대백화점 구석구석을 변하게 했다. 이 회사의 영수증 길이는 지난해 11월 6cm가량 짧아졌다. 구입 물품이 달랑 하나여도 길이가 최소 20.5cm에 달했던 영수증은 소지하기 불편할 뿐 아니라 종이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영수증 길이를 14.5cm로 축소했다. 연간 펄프 사용량 4.8t이 줄어 6000만 원을 절약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정육, 생선, 채소류를 판매할 때 사용하는 스티로폼 용기에 대해서도 “위생적이고 깔끔해 보이기는 하지만 너무 많이 사용하면 환경에 안 좋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회사 측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용기로 대체해 연간 500만 개(240t)의 합성수지 사용을 줄였다.

이 같은 ‘친환경 압력’이 전해지는 창구는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열린경영위원회, 트렌드리포터(고객 아이디어 제안 제도), CS패트롤(고객불만 현장점검) 활동 등이다. 최근 열린 열린경영위원회에선 “화장실에서 너무 고급스러운 화장지, 고급 세제를 쓰지 말라” “사은품을 주더라도 환경을 고려하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권태진 고객서비스팀장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20∼40대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연간 접수되는 2만여 건의 고객의견 중 친환경 경영을 요구하는 의견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은 좀 더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친환경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명절 때마다 지적되는 선물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 에코스티커를 발부했다. 에코스티커는 선물 포장이다 보니 화려하게 꾸미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제도다. 포장을 간소하게 한 뒤 “환경보호와 자원절약에 동참하기 위해 포장을 합리화한 것”이라는 문구를 겉에 붙였다. 지난 설에 이 제도를 이용한 고객은 1만여 명에 이르렀다. 이 회사는 또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기 창피하다”는 고객 심리를 읽고 유명 디자이너 김영진 이선영 권기수 씨 등이 만든 패션 장바구니를 고객들에게 나눠줘 20%에 그치는 장바구니 사용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 친환경 소비는 미래 트렌드

착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기업이 성공한다는 새로운 법칙이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전등을 하나 사더라도 전력소비가 적은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을 사고, 덩치가 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신 연료소비효율이 좋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반 운동복보다 훨씬 비싼 친환경 브랜드 파티고니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도요타 등 자동차 브랜드는 친환경 운전을 돕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저탄소 제품을 구매하면 판매액의 일부를 되돌려 주는 탄소캐시백 제도 등 친환경 소비를 독려하는 판매 제고책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친환경 구매 의지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미국 조지메이슨대와 예일대 조사에 따르면 친환경 경영을 하는 기업의 제품을 일부러 구매한 소비자와 환경을 해치는 기업의 제품을 보이콧한 소비자의 비율이 각각 33%, 25%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친환경 제품 구입을 잘 실천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22%였고, 실천하려 노력한다고 답한 비율이 58%로 각각 나타났다. 소비자의 실제 행동을 조사한 미국 연구와 달리 국내 연구는 소비자 의지만을 조사했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 소비자 가운데 80%가 구매 시점에 친환경 요소를 고려한다는 점은 앞으로의 시장과 기업의 변화를 예상케 하는 부분이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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