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엿보기]성남시 만만찮은 새청사 짓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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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문을 연 경기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 성남시청사는 공사비로 3000억 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습니다. ‘호화 청사’라는 표현을 알린 곳이기도 합니다. 호화 청사 논란은 개청 1년이 지나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0일 “호화 청사를 민간에 매각하고 새로운 청사를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시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이런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청사를 민간에 매각하고 받은 7000억 원 가운데 2000억 원을 들여 새로운 ‘검소한 청사’를 지을 생각입니다. 나머지 5000억 원은 시민을 위한 사업에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청사 터로 지목한 곳은 현재 청사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70% 정도가 시 소유 땅입니다. 문제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면 경기도와 중앙정부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현 청사 매각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유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화 청사를 팔고 새로운 청사를 짓는 일은 이들 기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는 행정력 못지않게 고도의 정치력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최근 성남시 상황을 보면 이 시장의 정치력에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시장과 성남시의회는 새해 예산안 처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본보 4일자 A20면 참조
[메트로 엿보기]새해 벽두부터… 성남시-의회 예산 싸움


이 시장은 성남시의회가 처리한 수정예산안을 인정할 수 없다며 시에서 수립한 ‘원안’대로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성남시의회는 물론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시장과 성남시의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보여준 정치력은 실망스럽습니다. 서로를 비난하는 성명과 발언만 있을 뿐 정치적 타협을 위한 노력은 거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형 건물, 특히 공공기관 매각은 매우 어렵습니다. 호화 청사 매각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꼬일 대로 꼬인 갈등을 해결하는 정치인들의 능력부터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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