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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달라도 다함께 1부/당당히 일어서는 다문화가족]<5·끝>나도 한때 ‘다문화人’이었다

입력 2012-05-30 03:00업데이트 2012-05-30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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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해외근무때 받았던 도움 ‘우리곁 이방인’에 베풀 차례” 《처지를 바꿔보자. 다문화가정은 결혼이민여성이 낀 가정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외국인 유학생, 노동이민자도 다문화가정의 구성원이다. 그렇다면 해외로 이주해 사는 한국인도 그곳에서는 다문화가정의 일원인 셈이다. 바로 그 ‘다문화 경험’에서 우리 다문화사회의 나아갈 바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 “美 생활 36년 동안 공정한 기회에 감동”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게도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공정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사이버대 제공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74)은 1965년 미국에 건너가 36년간 그곳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았다. 그는 미국의 에머리대와 조지아대에서 학비 전액과 생활비를 장학금으로 받으며 석·박사학위를 땄고, 이후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김 총장은 “미국인들의 배려와 지원이 없었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에 전념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드러나게 큰 도움을 받지는 않았지만 외국인이란 이유로 기회를 박탈당한 적도 없습니다. 능력이 있으면 그대로 인정하는 곳이 미국이었습니다.”

김 총장은 한국에서도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꿈을 펼치도록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혜를 줘야 한다는 게 아니다. 능력을 발휘하려고 해도 기회를 얻지 못해 좌절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최근 이자스민 씨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일부 누리꾼들이 보인 거부반응에 대해 “그가 필리핀 출신이라는 게 이유라면 당연히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다만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따지는 것은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이란 자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 태생이 많은 비판과 검증을 받는 것처럼 이자스민 씨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것.

그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심한 거부 반응, 즉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에 대해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외국인 집단학살이나 외국인 배제법 제정 등이 진짜 제노포비아입니다. 우리나라는 역사에서 그런 일이 없었죠. 외국인 등 낯선 대상에 대해 단순히 불편한 느낌을 갖는 건 어디서나 존재하는 현상인데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 최승필 한국외국어대 교수 “獨학교 다니는 딸, 편견도 동정도 없어”

최승필 교수 부부는 다문화가정을 불쌍한 집단으로 일반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최 교수, 딸 윤지 양, 부인 장승희 씨.
2003년부터 3년간 독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최승필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44)는 “한국 TV 광고에서 다문화가정 어린이는 학교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부모님은 공장에 다닌다는 식의 내용을 본 적이 있다”며 “이런 인식구조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을 도움의 대상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물론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반대로 한국에 기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사업을 하는 외국인도 다문화가정이라 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말하는 다문화가정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것 같습니다.”

지금도 독일에서 치의학을 공부하는 최 교수의 부인 장승희 씨(37)는 “독일은 외국인에 대한 편의를 따로 주지 않는다. 그 때문에 다문화가정 자체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적다”고 말했다.

“제 딸 윤지(7)도 독일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본인이 외국인이라는 걸 느끼며 살지 않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독일 아이들과 섞여 있기 때문이죠. 학교에서도 윤지가 다문화가정이란 이유로 구분해 따로 베풀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문화가정을 불쌍하다고 일반화하는 것이 오히려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심는 게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 김희웅 유네스코 교육팀 직원 “자연스럽게 포용하는 美문화 인상적”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근무하는 김희웅 씨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교육팀에서 근무하는 김희웅 씨(32)는 3세 때 가족을 따라 미국에 이민을 갔다. 그러나 집에서는 항상 한국어로만 대화했다. 영어를 못한 건 아니었다. 학교생활을 소홀히 하지 않은 덕분에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엄마가 외국 출신이라 한국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건 아닐 겁니다. 그건 엄마 탓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주 여성들이 모국어를 쓰면 아이가 2개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게 되지 않을까요?”

학교에서 일부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소외되는 것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다녔던 미국 초등학교는 오후에 약 1시간씩 아이들이 운동장이나 체육관에서 뛰어놀 시간을 줬다.

그는 “굳이 ‘다문화’란 용어를 쓰면서 ‘다름’을 강조하는 게 오히려 차별이 될 수 있다. 수업시간에도 질문과 토론을 적극 권장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우고 소통하며 어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스스로 벽 허물려 노력하면 결국 통해”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는 어린시절 미국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상대방과의 벽은 스스로 허무는 것임을 강조했다. 티켓몬스터 제공
소셜커머스 기업인 ‘티켓몬스터’의 신현성 대표(27)는 9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초중고교를 마쳤다. 이어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창업에 성공했다. 그런 그도 처음 미국에 갔을 땐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중학생이 돼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의 벽을 스스로 허물었다. 그는 “이대로 살고 싶지 않았다. 동양인이라도 인기 있고 인간관계도 풍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학생회장이 되는 것, 그리고 운동을 잘하는 것. 그때부터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평생 이런 도전을 안 했으면 노인이 됐을 때 후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1 때는 테니스 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실력이 부족해 제외됐다. 그는 홀로 벽에 대고 하루에 5시간씩 테니스공을 쳤다. 이 덕분에 고교를 졸업할 때쯤에는 테니스 경기에서 진 적이 거의 없었다. 주 대표로도 뽑혔고 인기도 크게 올라갔다.

“학교에서 잘 어울리지 못할 땐 백인들이 동양인과는 어울리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들과 친해지고 난 뒤에야 백인들이 ‘동양인들은 자기들끼리만 놀려고 한다’고 생각한다는 걸 알았죠. 결국 내가 만든 피해의식이 그들과의 벽을 만든 셈이죠.”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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