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 “美 생활 36년 동안 공정한 기회에 감동”

“드러나게 큰 도움을 받지는 않았지만 외국인이란 이유로 기회를 박탈당한 적도 없습니다. 능력이 있으면 그대로 인정하는 곳이 미국이었습니다.”
김 총장은 한국에서도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꿈을 펼치도록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혜를 줘야 한다는 게 아니다. 능력을 발휘하려고 해도 기회를 얻지 못해 좌절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심한 거부 반응, 즉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에 대해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외국인 집단학살이나 외국인 배제법 제정 등이 진짜 제노포비아입니다. 우리나라는 역사에서 그런 일이 없었죠. 외국인 등 낯선 대상에 대해 단순히 불편한 느낌을 갖는 건 어디서나 존재하는 현상인데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 최승필 한국외국어대 교수 “獨학교 다니는 딸, 편견도 동정도 없어”

“다문화가정을 도움의 대상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물론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반대로 한국에 기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사업을 하는 외국인도 다문화가정이라 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말하는 다문화가정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것 같습니다.”
지금도 독일에서 치의학을 공부하는 최 교수의 부인 장승희 씨(37)는 “독일은 외국인에 대한 편의를 따로 주지 않는다. 그 때문에 다문화가정 자체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적다”고 말했다.
“제 딸 윤지(7)도 독일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본인이 외국인이라는 걸 느끼며 살지 않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독일 아이들과 섞여 있기 때문이죠. 학교에서도 윤지가 다문화가정이란 이유로 구분해 따로 베풀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문화가정을 불쌍하다고 일반화하는 것이 오히려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심는 게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 김희웅 유네스코 교육팀 직원 “자연스럽게 포용하는 美문화 인상적”

“엄마가 외국 출신이라 한국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건 아닐 겁니다. 그건 엄마 탓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주 여성들이 모국어를 쓰면 아이가 2개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게 되지 않을까요?”
학교에서 일부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소외되는 것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다녔던 미국 초등학교는 오후에 약 1시간씩 아이들이 운동장이나 체육관에서 뛰어놀 시간을 줬다.
그는 “굳이 ‘다문화’란 용어를 쓰면서 ‘다름’을 강조하는 게 오히려 차별이 될 수 있다. 수업시간에도 질문과 토론을 적극 권장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우고 소통하며 어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스스로 벽 허물려 노력하면 결국 통해”

그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의 벽을 스스로 허물었다. 그는 “이대로 살고 싶지 않았다. 동양인이라도 인기 있고 인간관계도 풍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학생회장이 되는 것, 그리고 운동을 잘하는 것. 그때부터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평생 이런 도전을 안 했으면 노인이 됐을 때 후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1 때는 테니스 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실력이 부족해 제외됐다. 그는 홀로 벽에 대고 하루에 5시간씩 테니스공을 쳤다. 이 덕분에 고교를 졸업할 때쯤에는 테니스 경기에서 진 적이 거의 없었다. 주 대표로도 뽑혔고 인기도 크게 올라갔다.
“학교에서 잘 어울리지 못할 땐 백인들이 동양인과는 어울리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들과 친해지고 난 뒤에야 백인들이 ‘동양인들은 자기들끼리만 놀려고 한다’고 생각한다는 걸 알았죠. 결국 내가 만든 피해의식이 그들과의 벽을 만든 셈이죠.”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