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초등생 생일파티, 런닝맨이 대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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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녀의 생일에 식구끼리만 파티를 열어왔던 어머니 우모 씨(42·부산 금정구)는 얼마 전 초등 2학년 아들의 생일에 친척 초등생 10여 명을 초대했다. 이번 생일파티는 단체놀이 형식으로 열기로 했기 때문. 우 씨는 미리 문방구에서 구입한 벨크로(일명 찍찍이)로 친척들의 이름표를 각각 만들어 등에 붙여준 뒤 동네에서 보물찾기 게임을 진행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모 씨(40·여)는 얼마 전 초등 1학년 딸의 생일파티를 아파트 단지 내 다목적 홀에서 열었다. 지난해 자녀를 같은 유치원에 보내 가까워진 학부모 8명이 비용을 모아 자녀들의 생일파티를 공동으로 치른 것. 이날 파티에 모인 학생 30여 명은 미리 섭외된 레크리에이션 강사의 진행으로 2시간가량 단체게임을 즐긴 뒤 출장뷔페로 식사를 했다.

요즘 초등생들의 생일파티는 단체놀이가 결합된 형식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집안에서 학부모가 음식을 준비해 열던 생일파티가 10여 년 전부터 패밀리레스토랑 외식이나 놀이공원 나들이 같은 방식으로 바뀐 것이 첫 변화였다면, 최근에는 2∼3시간 규모의 단체놀이가 결합된 생일파티로 변모한 것.

초등생 생일파티에서 단연 ‘대세’인 놀이는 인기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놀이. 친구끼리 추격하면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것에 아이들이 큰 재미를 느낀다는 게 학부모들의 의견이다.

학부모 중 상당수는 단체놀이형 생일파티를 여는 장소로 ‘○○짐’ 같은 어린이 스포츠클럽이나 어린이 대상 유료 놀이공간인 일명 ‘키즈카페’를 이용한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물총게임 등 단체놀이를 한 뒤 뷔페식으로 마련된 식사를 한다. 그 사이 학부모들도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보낸다.

일부 학부모는 인근 놀이공원, 드라마세트장, 숲, 대학캠퍼스 등 넓은 공간을 활용해 런닝맨 게임을 열어주는 전문업체를 이용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선 이 같은 업체가 성업 중.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업체는 “런닝맨 생일파티를 매일 진행하고 있는데 3월까지의 예약이 거의 다 찬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 업체 중 일부는 최소 20명 인원 확보를 조건으로 내걸고 1인당 4만∼5만 원의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학부모 입장에선 자녀 생일파티 한 번에 기본 50만∼60만 원이 들기도 한다.

전문업체가 진행하는 단체놀이형 생일파티는 학부모 형편에 따라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보니 저렴한 비용으로 런닝맨 생일파티를 여는 방법을 문의하는 게시글도 인터넷 학부모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온다.

한편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생일파티 때 단체놀이를 즐기는 것 자체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이다. 초등생들의 집단따돌림 문제도 심각한 데다 여럿이 모여도 각자 스마트폰 게임에만 열중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 현실에서 초등생들이 일종의 ‘단합대회’ 기회를 갖는 것은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최근 초등 2학년 아들의 친구 생일파티에 동행한 어머니 박모 씨(40·서울 은평구)는 “도시에선 수십 명의 학생이 단체로 뛰어다닐 공간도 많지 않은 데다 각자 학원 스케줄이 달라 서로 만날 시간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생일파티를 기회로 학생들은 친구관계를 돈독히 하고 학부모들도 교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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