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대입상담 탈 쓴 ‘변종 텔레마케팅’ 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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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시모집이 확대되면서 영어성적만으로도 합격할 수 있는 대학이 많아진 거 아시죠? 잘 모르고 무작정 수능 공부만 하는 학생이 많은데, 길은 많아요. 지금부터 1년만 영어공부에 집중하면 내신과 수능 성적 없이도 토익 900점 넘겨 대학 갈 수 있어요.”

대구지역에 사는 고2 홍모 양(17)은 최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홍○○ 양인가요?”라고 이름을 부르며 접근한 전화 속 목소리는 자신을 교육업체 직원 A라고 소개했다. A는 홍 양이 최근 학교에서 본 모의 영어시험의 점수는 물론이고 그 점수가 반에서 몇 등인지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대입전략에 대해 이야기하던 A는 “영어과목 인터넷 강의 패키지를 특별 할인 판매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영어 공부하고 대학에 가라”며 구매를 권유했다.

‘영어 성적으로만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에 솔깃했지만 “엄마와 상의해 보겠다”며 A의 연락처를 받아 놓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다음 날 등교하자 같은 반 학생 대부분이 비슷한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홍 양은 “친구 중 한 명은 실제로 계약을 했는데 다시 전화를 걸어 취소해 달라고 하자 ‘절차가 복잡하다’면서 피하는 바람에 일주일 넘게 마음고생을 했다”면서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자녀가 이미 수강하기로 했다’고 거짓말을 해 결제를 유도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입컨설팅을 해주겠다’며 예비 고3에게 접근해 교육상품을 판매하거나 고가의 입시컨설팅을 받게 하는 변종 텔레마케팅이 기승을 부린다. 예비 고3 대상 변종 텔레마케팅은 대입전형이 30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복잡해 학생들이 대입제도를 잘 모른다는 점과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는 시점에 한껏 깊어진 예비 고3의 불안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미리 확보한 학생의 이름과 학교 등 개인정보를 언급하며 접근해 ‘친절한 입시 상담사’임을 자처하면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지역의 한 여고 2학년 강모 양(17)은 “최근 대입 컨설팅을 해준다는 전화가 자주 온다”면서 “처음엔 무료로 상담해주는 듯하지만 결국 개인 입시과외를 받으라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경기지역 여고 2학년 오모 양(17)도 최근 자신을 찾으며 집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전화 속 목소리는 자신을 한 교육업체의 컨설턴트 B라고 소개했다. B는 “이제 고3이 되는데, 가고 싶은 대학이 있느냐”면서 “입시컨설팅을 해줄 테니 궁금한 점을 물어보라”며 운을 뗐다. B는 “모의고사와 내신등급이 어떻게 되나” “어떤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가고 싶나”라고 질문을 던지며 상담하듯 10여 분간 통화를 이어갔다.

오 양은 “대입 전형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는데 ‘원하면 원장선생님이 집으로 방문해 무료로 상담해 주겠다’고 해서 한번 받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고3이었던 오빠가 ‘그건 사기’라고 해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텔레마케팅을 통해 판매되는 대입 컨설팅 프로그램은 3∼5회에 100만 원 남짓하는 상품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의고사와 내신 성적을 토대로 지원 가능 대학을 알려주거나, 자신에게 적합한 전형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수준에 그쳐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텔레마케팅을 통해 구입한 교육상품의 구매 취소를 하려고 하면 ‘절차가 복잡해서 어렵다’고 둘러대거나 ‘많은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데 그럴 바엔 서비스를 받는 게 이득’이라고 설득하거나 ‘계약을 취소하면 세일즈한 나 자신이 회사에 변상해야 한다’면서 인정에 호소하는 방법 등으로 막는 경우가 많다.

텔레마케팅으로 구입한 상품과 서비스 등은 14일 이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14일이 지났어도 미성년자(만 20세 미만)가 부모의 동의 없이 계약했다면 민법상 ‘미성년자 계약 취소권’에 따라 본인 또는 보호자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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