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엄마의 눈물… 사립초가 무엇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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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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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지역 한 사립초교 강당. 마지막 합격자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을 앞두고 긴장감에 휩싸였다. 서울지역 39개 사립초교는 지원자와 학부모가 참관한 가운데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공개 추첨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이 학교의 올해 신입생 경쟁률은 2 대 1. 어머니 A 씨는 두 손을 꼭 쥐고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제발… 제발… 제발….” 이윽고 A 씨가 받은 번호가 불리자 그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사립초교에 보내겠다며 고군분투해온 지난 2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옆에 앉아 있던 A 씨의 남편은 벌떡 일어나 “만세”를 외쳤다.

A 씨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수억 원대의 연 매출을 올리는 성공한 ‘워킹맘’. 그가 아이를 사립초교에 보내게 된 데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엉뚱한 구석이 있었다. 그림책을 읽으면 내용에는 등장하지도 않는, 주인공 옆에 서 있는 ‘조연’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면서 자기 마음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학습지 선생님도, 유치원 선생님도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르다”고 했다.

A 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도 학창시절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시험에 나올 법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끝까지 선생님에게 물었다. 대부분 선생님은 “쓸데없는 건 물어보지 말라”며 면박을 줬고, A 씨는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아 더이상 질문을 하지 않게 됐다. A 씨는 “내 아이도 내가 어릴 때 만난 선생님과 같은 선생님을 만나면 상처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교 선택에 신중을 기하게 되었다.

A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에는 자율형 초등학교가 있다. 그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A 씨의 아파트로 이사를 오는 학부모도 있을 정도. 그러나 A 씨는 스쿨버스로 40분 거리에 있는 사립초교에 아이를 보내기로 했다. A 씨는 “사립초교는 대부분 교사들이 젊고 수업이 토론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입학설명회에서 만난 사립초교 교사들은 어린 시절 A 씨를 가르쳤던 교사들과 달리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듯 보였다. 아이가 엉뚱한 질문을 해도 면박 주지 않을 것 같았다.

A 씨가 사립초교에 대해 가장 많이 정보를 수집한 경로는 인터넷 카페다. 사립초교 정보에 접근하려면 ‘등업’(웹 사이트에서 회원 등급을 더 높은 곳으로 올리는 것)을 해야 했기에 그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매일 사이트에 ‘출석’을 하고 꾸준히 글을 올렸다. A 씨가 자녀를 입학시켜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립초교와 관련된 글이 올라오면 빼놓지 않고 읽었다. 각 학교의 학비, 커리큘럼, 교복비 등을 비교하고 카페에서 얻은 정보를 정리해서 장단점을 비교해 분석했다.

A 씨는 1년 전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3년 동안 영어유치원에 보낸 아이는 영어는 잘했지만 오히려 한글이 조금 서툴렀다. 한글을 배울 수 있는 학습지를 두 개 시작했다. 피아노, 골프, 미술학원에도 보내기 시작했다. 국어, 수학은 초등 1학년 내용을 선행 학습했다. 7세인 아이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만 매달 약 200만 원이다.

A 씨는 골프도 배우기 시작했다. 사립초교 엄마들의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 골프를 치며 엄마들끼리 친목을 다지는 한편, 그동안 자연스럽게 자녀들끼리 친해지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사립초교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가 많아 아이가 동네 친구들을 사귀기 쉽지 않다. A 씨는 추첨장에서 만난 ‘예비 사립초맘’들과 연락처를 즉석에서 교환했다. 조만간 엄마들끼리 합격 축하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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