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탐방/단국대]국내 첫 ‘AI 캠퍼스’… “학생 스스로 미래 설계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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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가상현실 프로그램 전문가가 꿈인 2019학번 단국대 신입생 서예나 씨는 첫 수강신청을 앞두고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교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자 AI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말을 건다. 서 씨는 “가상현실 프로그램 전문가가 되기 위해 4년간 어떤 과목을 들어야 하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잠시 뒤, 음성을 인식한 AI가 서 씨에게 최적화된 4년간 수강과목 리스트와 담당교수를 화면으로 주르륵 보여준다. 또 관련 동아리, 교내 관련 인턴십이나 행사,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고서적, 이미 비슷한 분야에 진출한 동문 선배들의 정보까지 안내해 줬다.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단국대 죽전캠퍼스 소프트웨어·디자인융합센터에서 만난 윤승준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교수와 박범조 경제학과 교수, 유정석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왼쪽부터)는 “각종 첨단 분야에서 도입되고 있는 인공지능을 대학도 피할 수 없다”며 “인공지능 도입은 재학생들의 대학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단국대 죽전캠퍼스 소프트웨어·디자인융합센터에서 만난 윤승준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교수와 박범조 경제학과 교수, 유정석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왼쪽부터)는 “각종 첨단 분야에서 도입되고 있는 인공지능을 대학도 피할 수 없다”며 “인공지능 도입은 재학생들의 대학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단국대가 ‘미래대학’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광경을 실현하기 위해 국내 대학 중에서는 최초로 한국IBM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IBM의 클라우드 개발 플랫폼인 블루믹스를 활용해 단국대의 모든 학사정보, 학과와 강의 정보, 학생 생활정보 등 학생들에게 인공지능을 적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 개발 기반을 마련토록 한다는 것. 궁극적으로는 IBM의 인공지능 서비스 도입을 목표로 이번 달부터 컨설팅을 거쳐 시스템 구축을 시작할 예정이다.

○ ‘미래의 대학상’ 고민, AI에서 답 찾아

―한국 최초로 대학에 AI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계기는….


▽박 교무처장=2014년경부터 미래의 대학상에 대한 고민이 학교 내에 많았다. 사회는 융합인재, 창의인재, 자기주도 인재를 원하는데 대학의 학과나 학부, 교육과정 체계는 1980년대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만 해도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경제학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입학했고 공부했고 학교가 정해 놓은 과목을 들었다. 대학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방안을 고민하던 중 2015년 호주 멜버른의 디킨대가 IBM의 인공지능을 대학에 적용한 사례를 알게 됐고 학생 만족도나 취업률,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거둔 것도 확인해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

▽유 교무부처장=덧붙이면 학생들의 질문이나 호기심은 시간이 갈수록 변화하고 최신의 것을 원하는데, 교수는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4년간의 대학생활 설계는 물론이고 취업이나 창업 관련 정보, 해외 연구 동향, 실제 기업에서의 근무 환경 등에 대해 교수는 극히 제한적인 지식을 갖고 있을 뿐이다. 이미 의료, 법률, 금융 분야는 AI를 도입해 고객에게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그에 맞는 컨설팅을 해준다. 왜 이런 시스템이 대학에서는 불가능한지 의문이 들었고, 그걸 해보기로 했다.

▽윤 교수=AI 도입 추진의 가장 큰 의도는 학생 개개인에게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힘과 능력을 주자는 것이다. 신입생은 대학생활이나 강의, 취업, 진로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다. 지금은 선배나 조교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불완전한 정보를 얻을 뿐이다. 이런 방식 말고, 대학이 가진 모든 방대한 정보를 AI에 학습시키고 가장 최적화, 합리화된 정보를 학생에게 제공한다면 학생이 자신 있게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단국대가 텍스트(활자) 형태로 보유한 학사자료만 300쪽 책으로 6만 권 분량이다. 이 모든 정보가 AI에 들어갈 예정이다.

○ 학생 스스로 대학생활·취업·창업 설계

―AI 시스템이 완벽해질 때까지 시행착오도 있을 것 같은데….

▽박=
일단 8월까지 AI도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IBM과 클라우드 개발 플랫폼인 블루믹스 도입에 대한 컨설팅을 마치고, 인공지능을 학사 행정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교육 과정 수립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유=우리는 AI를 통해 학생 개개인이 자신만의 창의성과 개성을 고려한 커리큘럼과 학사계획을 짜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졸업학점 중 반드시 들어야 하는 전공과목 비중도 줄여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지금보다 좀 더 다양한 과목도 개설할 생각이다. 물론 이에 대한 일부 교수의 우려도 있지만 AI가 자질구레한 학사업무를 대체하면 교수는 학생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돼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윤=현재의 대학이 정해 놓고 만들어 놓은 틀과 교육과정을 학생에게 강제하는 식이라면, 미래 AI가 바꿀 대학은 철저하게 학생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돼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학과나 학부 틀, 학문 간의 경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무너질지는 우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대학이 이런 변화와 트렌드를 피할 수 없고, 우리는 가장 최전선에서 먼저 대응을 시작했다.

:: 클라우드 ::

영어로는 ‘cloud’로 ‘구름’을 뜻한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필요한 경우 언제든 접속해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강의실의 변신… 벽 허물어 소통하는 공간으로 재탄생▼

최첨단 소프트웨어-디자인융합센터

단국대는 학생들의 토론과 상상력 발휘, 창업 지원을 위해 기존 사무실과 강의실(왼쪽 사진)의 벽을 없애고 소프트웨어·디자인융합센터를 만들었다. 용인=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단국대는 학생들의 토론과 상상력 발휘, 창업 지원을 위해 기존 사무실과 강의실(왼쪽 사진)의 벽을 없애고 소프트웨어·디자인융합센터를 만들었다. 용인=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근 경기 용인시의 단국대 죽전캠퍼스 서관 1층에는 최첨단 소프트웨어·디자인융합센터가 들어섰다. 지난달 30일 찾은 센터는 마치 구글 등 해외 정보기술(IT) 기업의 자유로운 사무실 같은 구조였다. 칸막이나 벽이 없었고, 책상은 퍼즐처럼 여러 개를 맞출 수도, 분리할 수도 있었으며 곳곳에는 대형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있었다.

회의를 할 때 필요하면 접혀 있던 유리벽을 쭉 펼쳐 칠판처럼 메모를 하거나 기록을 하는 데 쓸 수도 있었다. 강의실과 사무실이 미래형 첨단 건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김태형 교수(대학원 데이터사이언스학과)는 “원래는 강의실과 사무실 여러 개로 나뉘어 있던 곳”이라며 “학생들이 상상력을 발휘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센터 한쪽에는 창업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시제품을 만들고 드론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스마트폰 60여 대를 비치해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단국대는 지난해 11월부터 미래창조과학부, 용인시, SKT, SAP, IBM 등과 함께 이 센터 구축을 추진했다. 미래부가 지난해 9월 센터 구축사업 공고를 냈고 여기에 선정된 것. 창의적인 문제해결책을 찾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를 IT와 소프트웨어에 접목시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김 교수는 “디자인 사고란 외형적인 인테리어나 미관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어떤 문제에 대한 최적의 해결 방법을 찾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리모델링 작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상태다. 김 교수는 “센터가 정식으로 개원하면 대학원생들의 수업 공간, 토론 공간, 창업 공간으로 쓰일 것”이라며 “우리 학교에서 특강이나 연수를 받는 공무원들도 이곳에서 수업을 듣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용인=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단국대#가상형실#ai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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