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문화&사람]<45>영종도 세계여행문화원 김장섭 원장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세계여행문화원 김장섭 원장이 1964년 8월 3일 세계여행을 마친 뒤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로 와 한강철교를 넘는 아버지 김찬삼 교수의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세계여행문화원 김장섭 원장이 1964년 8월 3일 세계여행을 마친 뒤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로 와 한강철교를 넘는 아버지 김찬삼 교수의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세계일주 3번… 선친의 발자취 고스란히”

“여행기간만 14년… 거리로 지구 32바퀴나 돌아”

전시장-노천카페 등 반나절 나들이 코스로 제격

인천 영종도 구읍뱃터(나루터) 너머에는 ‘세계의 나그네’ 고(故) 김찬삼(세종대) 교수의 세계여행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가 작고(2003년 7월 2일)하기 2년 전인 2001년 6월 5일 세계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문을 연 세계여행문화원(www.tourtown.net)이 바로 그곳이다.

한국 최초의 세계 여행가였던 그는 6·25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58년 첫 세계여행을 시작으로 세 번의 세계일주를 했다. 거리로 따지면 지구를 32바퀴나 돌았고 순수 여행시간만 14년에 달했다.

세계여행문화원에 들어서니 드넓은 잔디밭에 장기 주차된 폴크스바겐 비틀이 눈에 들어온다. 김 교수가 3차 세계여행(1969년 12월 7일∼1970년 12월 3일)때 사용했던 ‘애마’다.

문화원 규모는 9900m²로 김 교수의 아들인 김장섭(54) 세계여행문화원 원장은 “아버지가 1972년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쓰면서 받은 원고료로 터를 매입해 집을 짓고 집필실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천고 교사로 재직하면서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이곳에는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심신을 달래거나 집필을 위해 사용했던 ‘김찬삼 기념관’을 비롯해 여행도서관, 야외공연장, 야외전시장, 노천카페가 있다.

고인이 사용했던 물건들을 진열해 놓은 기념관에는 여행가의 체취가 물씬 배어 나온다.

‘C. S. Kim’이란 이니셜과 태극기가 새겨진 국방색 배낭, 그가 사용한 쌍안경, 그의 두 발 모양이 찍힌 청동 부조,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기고했던 육필 원고 등을 만날 수 있다.

1964년 8월 3일 세계여행을 마치고 부산항에 도착한 뒤 여행 때 사용했던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한강철교를 넘는 대형 사진도 감동을 준다.

사진 옆에 선 김 원장은 “이 사진은 동아일보 사진기자가 촬영해 신문에 게재됐다”고 설명했다.

여행도서관에 들어서면 1963년 아프리카 여행 도중 가봉 랑바레네에서 슈바이처 박사를 만나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그는 그해 11월 25일부터 15일간 랑바레네에 머물면서 여행도중 자원봉사를 했다.

김 교수가 여행 보따리에 함께 넣어 온 손때 묻은 책과 각국의 역사 문화를 소개한 여행 관련 책 1300여 권도 전시돼 있다. 또 김 교수가 직접 촬영한 세계 각국의 사진집은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이 편하게 꺼내 볼 수 있도록 했다.

해안 절벽 끝에 위치한 문화원은 조망이 뛰어나 반나절 휴식처로도 손색이 없다.

월미도 부두와 인천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노천 테라스 카페에 앉아 있으면 세계여행을 떠나기 위해 짧은 휴식을 취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영종하늘도시 개발에 따라 문화원이 있는 곳은 현재 공원 용지로 수용돼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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