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문화&사람]<41>서울 삼청동 부엉이 박물관 배명희 관장

  • 입력 2008년 9월 1일 02시 59분


동그란 안경을 쓴 배명희 부엉이박물관 관장의 눈은 부엉이 눈을 그대로 닮았다. ‘부엉이 엄마’로 통하는 배 관장은 세계 80여 개국 3000여 점의 부엉이 관련 물품을 모아 박물관을 열었다. 김재명  기자
동그란 안경을 쓴 배명희 부엉이박물관 관장의 눈은 부엉이 눈을 그대로 닮았다. ‘부엉이 엄마’로 통하는 배 관장은 세계 80여 개국 3000여 점의 부엉이 관련 물품을 모아 박물관을 열었다. 김재명 기자
“부엉이는 지혜 상징-富 지킴이

80여개국 작품 3000여점 가득”

“중학생때부터 모아… 해외는 일본 한번 갔을뿐

평범한 아줌마가 박물관 여니 신기해 하시네요”

‘부엉이’ 하면 머릿속에 무엇이 떠오를까. 어둑어둑한 겨울밤, 아니면 으슥한 숲길 속에서 빛나는 큰 눈?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부엉이 박물관에 다녀오면 그런 생각이 바뀌게 된다. 민화 속 부엉이부터 지폐 속의 부엉이까지 다양한 부엉이를 살피다 보면 부엉이의 새로운 면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

게다가 부엉이 눈을 닮은 동그란 안경을 쓴 배명희(54) 관장의 부엉이 예찬을 듣다 보면 부엉이는 어느새 친근하게 다가온다.

“부엉이는 지혜의 상징이자 부의 지킴이이기도 해요. 이건 부엉이 모양의 현관 초인종 함인데 조각이 아주 멋스럽지 않나요?”

이런 특별한 부엉이 사랑 때문인지 박물관을 거쳐 간 사람들에게 그는 ‘부엉이 엄마’로 통한다.

○ “수학여행에서 산 부엉이 목걸이 때문에…”

배 관장과 부엉이의 인연은 경북 경주 수학여행에서 시작됐다. 강원도 산골 소녀는 중학교 때 경주 수학여행을 가서 귀여운 부엉이 목걸이를 산 이후 부엉이에 매료돼 장날이나 도시에 나가면 습관처럼 부엉이 공예품을 찾았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아줌마가 되어갔지만 부엉이에 대한 정은 오히려 깊어졌다. 그녀는 틈틈이 시간을 내 대사 부인 바자, 청계천, 풍물전 등으로 발품을 팔아 부엉이 공예품을 모았다.

“아마 동네 사람들은 저를 이상한 여자로 오해했을지도 몰라요. 만날 머리에다가 웬 부엉이를 이고 오니까요. 막상 부엉이는 사면서도 택시비는 너무 아까워서 아무리 무거워도 머리에 이고 버스, 지하철을 타고 왔거든요.”

박물관을 연 것은 2003년. 엄마가 행복하게 모은 부엉이를 다른 사람과 함께 보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아들의 조언 때문이었다. 삼청동에 오래된 건물을 마련하고 디자인을 전공한 아들이 간판과 전시를 돕고 남편은 화단을 꾸며줬다.

“몇 백 년 된 거창한 유물들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참 소중한 물건인데 여기 오시는 분들이 좋아하시니 참 행복합니다. 저처럼 평범한 아줌마가 박물관을 한다는 것도 신기해하시는 것 같고요.”

○ 세계에서 모인 3000여 점의 부엉이 작품이 가득

부엉이 박물관은 삼청동 감사원으로 올라오는 길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박물관에는 80여 개국의 다양한 부엉이 작품 3000여 점으로 가득하다. 지혜의 상징인 미네르바 부엉이 공예품부터 귀여운 부엉이 저금통까지 하나하나가 새롭다.

“페루에서부터 홍콩까지, 세계 방방곡곡에서 온 부엉이들이 모여 있지요. 하지만 평범한 살림에 맏며느리라 일본을 제외하곤 외국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남편이나 아들, 또 주변의 해외 나가시는 분들에게 부탁은 했죠.”

배 관장은 박물관을 일로 생각하지 않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한다는 원칙에 따라 월, 화, 수요일은 문을 열지 않는다.

관람객들에게 여름에는 시원한 차, 겨울에는 따뜻한 차를 한 잔씩 대접하는 것도 부엉이 박물관만의 특징. 부엉이 박물관엔 관람객들이 관람을 마치고 앉아 쉬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테이블 위에 색연필과 종이도 마련되어 있다.

손님들이 그리고 간 개성 있는 부엉이들은 박물관 기둥이며 벽에 전시되어 있다. 이것을 관찰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 세계적인 여행서적 론리 플래닛에 소개된 덕분인지 외국에서도 많이 찾아온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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