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학교에 마을도서관을]142호 횡성 성남초교

입력 2008-11-11 02:58수정 2009-09-2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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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숨은 그림’ 단원들이 동화 ‘우리 동네는 시끄럽다’를 마임으로 만들어 공연하자 강원 횡성군 횡성읍 성남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공연이 재미있어서 동화로도 읽어보고 싶다”며 즐거워했다. 사진 제공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
“몸으로 읽어주는 동화 너무 재밌어요”

4일 오후 강원 횡성군 횡성읍 성남초등학교 대강의실.

강의실 앞에서 마임 배우가 손을 허공에 대고 더듬자 어느새 텅 빈 공간에 벽과 문이 생겨난다. 손을 모으고 볼을 부풀리자 없던 풍선이 두둥실 하늘로 올라간다.

삽화를 확대한 슬라이드 영상 앞에서 동화 ‘우리 동네는 시끄럽다’(정은숙 지음)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이청준 지음)가 마임으로 만들어져 공연 중인 것. 극단 ‘숨은 그림’의 윤진아(30·마임 경력 4년) 전병윤(31·경력 4년) 양현진(26·경력 4개월) 씨는 몸으로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셈이다.

이날 공연은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 캠페인의 142번째 학교마을도서관 개관 행사의 하나로 마련됐다.

“꼬마가 스테이크 먹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 못 먹으니까 돼지저금통도 꺼내고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스테이크 급하게 먹다가 배탈 나서 화장실 갔어요!”

“누나가 꼬부랑 할머니가 됐다가 하얀 천을 둘렀다가 푸니까 아기로 다시 태어났어요!”

공연이 끝나자 40여 명의 3∼6학년 아이들이 저마다 재미있게 본 장면을 앞 다투어 말했다. 원작 동화를 읽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일 터인데 대사가 거의 없어도 아이들에게는 동화가 눈에 보인 듯했다. 공연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던 양현모(5학년) 군은 “할머니가 아파트를 머리에 이고 이사 가는 장면이 가장 재밌었다”며 “동화책도 꼭 읽어 보겠다”고 말했다. 성남초등학교에는 이날 공연된 두 동화책 5권씩을 포함해 총 3338권의 책이 기증됐다.

“책 제목만 봐도 내용이 궁금해져요! 아직 ‘마법사의 돌’밖에 못 본 ‘해리포터’ 시리즈가 10권도 넘게 들어왔어요. 다른 책은 제가 제일 먼저 볼 거예요.”

개관식 며칠 전에 먼저 기증된 책의 분류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 도서관에 쌓여 있는 책들을 바라보던 윤나리(6학년) 양은 “졸업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도서관이 생겨 아쉽기도 했는데, 재학생뿐 아니라 마을 사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라고 하니 중학교 진학 후에도 얼마든지 볼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횡성교육청 이병헌 교육장, 조원용 횡성 부군수와 인근 초등학교 교장 등도 참석했다.

마을 도서관 개관을 기념해 백일장 대회도 열렸다. 이날 백일장에서는 5학년 박소연 양의 아버지 박병곤(횡성읍 반곡리) 씨가 ‘야생초 편지’ 독후감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닭 3만 마리를 키우고 있는 박 씨는 화장실과 침대 등 손 내밀면 닿는 곳마다 책을 두고 틈날 때마다 짬짬이 책을 읽었다. 함께 우수상을 받은 아내 김학유 씨는 “횡성도서관보다 이곳 학교 마을 도서관이 훨씬 가깝다”며 “우리 마을 문화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우수상을 받은 김관미(3학년 김정환 학생 어머니) 씨는 ‘마을 도서관 개관을 축하하며’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서점에 가서도 아이들 책에 먼저 손이 가기에 자신의 책은 선뜻 사지 못했던 모든 엄마들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다. … 마을 도서관은 아무 고민 없이 나 자신을 위해 책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과 자신은 1년에 고작 2, 3권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요했던 나의 모습을 바꿀 기회를 줄 것이다.’

횡성=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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