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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싹트는 교실]충북 제천 대제중의 ‘세계화 교육’

입력 2009-09-07 02:59업데이트 2009-10-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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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부터 세계화에 대비한 원어민 회화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충북 제천 대제중 학생들이 최신식 터치스크린이 설치된 회화교실에서 원어민교사에게 수업을 듣고 있다. 제천=장기우 기자
원어민 수업 13년… 영어 꽃피는 학교로

방과후 수업-방학캠프 운영… 私교육 고민 해결
대회 수상 등 성과… 교육청-他학교서도 배워가

“하이 에브리원(Hi, everyone)?”

4일 오후 충북 제천시 대제중 2학년 2반 교실. 올 2학기부터 영어회화 수업을 맡은 캐나다 출신 원어민 교사 크리스 데일 씨(40)가 웃으며 인사하자 학생들 모두 “하이”라며 반갑게 맞는다. 1학년 때부터 원어민 교사에게 수업을 받아온 탓인지 어색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수업은 여러 영어단어를 칠판에 쓴 뒤 학생들과 문답을 주고받으며 뜻을 알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원어민 교사의 설명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면 영어사전을 찾고, 아는 단어를 써가며 질문을 이어갔다. 김단 군(15)은 “수업이 자유롭고 재미있어 친구들 모두 원어민 교사와의 시간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대제중(교장 김학제)은 인구 13만5000여 명인 제천시의 유일한 사립중학교. 교직원 36명에 학생이 635명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평범한 학교였다. 그러나 1996년 ‘세계화’와 ‘영어’에 초점을 맞추고 외국어 특성화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학교가 확 달라졌다.

○ 한발 앞선 원어민 교사 초빙

대제중은 오대산 전나무 숲 등을 만들어 낸 ‘조림왕’ 일송 김익로 선생(1993년 작고)이 1957년 설립했다. ‘인간식수(人間植樹).’ 나무를 심듯 사람을 키우겠다는 건학 이념은 장미꽃 등 야생화로 둘러싸인 담과 잘 가꾸어진 조경수, 입체적으로 지은 건물이 어우러져 마치 공원 같은 교정에서 금세 느낄 수 있다.

1996년 일송 선생의 외동딸인 김은정 대제학원 이사장은 당시만 해도 서울 등 대도시에서나 이뤄지던 원어민 교육을 도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원어민 교사를 구하는 방법을 몰랐다. 교육청에 문의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지원은커녕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벌리느냐’는 눈총만 받았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인연을 맺은 ‘풀브라이트 재단’ 관계자를 통해 원어민 강사를 1명 채용했다. 당시 일부 대도시 학교에 원어민 교사가 있었지만 중소도시 학교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학교는 당시 정규 교과 과목에 없던 영어회화 수업을 원어민 교사에게 맡겨 문법만 배우던 학생들에게 새로운 영어학습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후 방과 후 영어회화교육, 방학 중 원어민 교사와 함께하는 영어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회화반도 방과 후에 운영했다. 지금까지 평균 1년 단위로 수준 높은 원어민 교사 2, 3명을 채용했다. 현재는 2명의 원어민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교육청도 배워가는 교육 노하우

2000년대 들어 회화 중심의 외국어 교육제도가 도입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교육청이 영어회화 교육에 한발 앞선 대제중에 도움을 청했다. 임향자 교감은 “강사수급 방법과 계약서 쓰는 법 등 기초부터 수업 내용 짜는 법까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교육청과 여러 중고교에서 배워갔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는 호주 시드니를 주 연수지로, 이듬해부터는 미국 미네소타 주 미네하하아카데미와 자매결연하고 해외체험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교사 31명과 학생 197명이 학기 중 2주일에서 3주일 정도 미국과 호주 등 외국 학교에서 정규수업을 받는 등 연수를 다녀왔다. 올해는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때문에 계획을 보류했다.

세계화 대비교육 우수학교, 충북 사립중등학교 경영 최우수학교, 반기문 영어대회 대상 및 우수상 수상 등 눈에 띄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이영정 영어교사(37)는 “제천시내 고교에서는 ‘대제중 출신=영어 잘하는 학생’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재단이 6억여 원을 들여 증축한 건물에 들어선 ‘자암당’ 도서관, 14억여 원이 든 체육관도 이 학교의 자랑거리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초등학교 학부형들 사이에선 대제중에 자녀를 보내는 게 소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영어 사교육이 거의 필요 없기 때문이다. 형제를 이 학교에 보내고 있는 김광자 씨(48)는 “원어민 교사를 통한 외국어 교육시스템이 워낙 잘돼 있어 대다수 학부모들이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제중의 세계화 교육은 영어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국어와 일본어 등 동아시아권 언어와 문화에 대한 교육프로그램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김학제 교장은 “중소 도시의 작은 학교지만 대도시 못지않게 세계화 교육을 시켜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밝혔다.

제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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