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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싹트는 교실]‘결석 없애기 운동 4년째’ 부산 반송중학교

입력 2007-08-10 03:06업데이트 2009-09-2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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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가한 부산 반송중 학생들이 고윤정 학교사회복지사(오른쪽)와 함께 인기가요에 재미있는 가사를 붙여 노래를 만드는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저소득층 제자들을 위해 80여 개 방과 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각종 동아리를 만들어 수업 시간이 끝난 뒤에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부산 해운대구 반송1동 반송중학교 A(15) 군은 3학년생 나이지만 아직도 2학년이다. 지난해 장기 가출로 무단결석한 날이 규정일수인 70일을 넘어 진급을 하지 못했다. 2학년 B(14) 군과 C(14) 군의 지난해 출석부는 빗금으로 가득했다.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씩 결석을 했고, 점심시간 이전에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허다했다. 하지만 올해 이 세 학생은 단 한 번도 결석을 하지 않은 모범생으로 바뀌었다. A 군은 “하루도 포기하지 않고 선생님이 집에 찾아오는 바람에 결국 결석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 반송중 교사들 ‘결석과의 전쟁’

반송중은 부산에서 상대적으로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전교생 776명 중 기초생활수급자 가구 자녀가 16%, 점심 급식비를 지원받는 학생이 29%나 되며 결손가정 자녀도 시내 다른 학교보다 훨씬 많다.

이런 환경 때문인지 2002∼2004년 전교생의 연간 무단결석일수(병결 제외)는 970∼1204일이나 됐다. 한 학급(평균 34명)에서 하루에 5명 넘게 무단결석을 하는 날도 많았다.

상황을 보다 못한 선생님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2004년 초 ‘결석 줄이기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이후 교사들은 방과 후뿐 아니라 수업이 빈 일과 시간에까지 결석한 제자들의 집을 찾아 나섰다.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황인복 교사는 “학교에 빠지면 매일 집에 찾아오겠다고 결석한 제자에게 으름장을 놓고 약속을 지켰더니 제자가 못 이기고 학교에 나오더라”고 말했다.

역시 2학년 담임인 박미정 교사는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학생을 찾아가 씻겨서 학교에 데려온 경험이 셀 수 없이 많다”며 웃었다.

교사들의 이런 열정은 이듬해부터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5년 연간 무단결석일수가 이전의 절반 수준인 600일 정도로 떨어졌다. 다시 올해 1학기에는 190일로 줄어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간 400일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02년에 학교 폭력 등으로 징계를 받은 학생이 22명이었지만 올해는 한 명도 없다.

최선방 교장은 “잦은 상담과 가정방문으로 업무량이 많아졌지만 아이들이 변해가는 걸 보며 선생님들이 보람을 느끼고 있다”면서 “학교 분위기가 눈에 띄게 밝아졌다”고 말했다.

○ 선생님은 방과 후 가정교사

학생부, 교무부 등 대부분의 학교에 있는 부서 외에 반송중에는 특별 부서인 ‘교육복지부’가 있다.

2003년에 신설된 이 부서는 저소득층 제자들을 위해 교사와 학생을 1 대 1로 묶어 상담하도록 하는 일을 주관한다.

또 선생님들이 방과 후 2시간 동안 학생들에게 무료로 과외수업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PC, 자원봉사, 바둑, 만화, 댄스 등의 동아리 활동도 후원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성적도 끌어올렸다.

2003년에는 이 학교 학생 중 학력이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수준인 ‘기초학력 부진아’가 30명 정도로 다른 시내 중학교의 5배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3명으로 줄었다.

또 2003년 한 해 통틀어 1000명을 넘지 않았던 도서실 이용자는 올해 9000여 명으로 늘었다. 2003년 당시 1권이 채 안 되던 1인당 도서 대출 권수도 지난해 6.2권으로 급증했다.

이 학교의 고윤정 학교사회복지사는 “가정형편 때문에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적극적인 교사들의 지원은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스승의 날이 아니라도 졸업 후에 선생님들에게 고마움을 느낀 학생들이 학교로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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