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파워그룹 그들이 온다]美서 뛰는 한국계 변호사

입력 2006-01-02 03:00수정 2009-10-0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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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정은 세계의 법정이다. 일본 반도체에너지연구소(SEL)는 일본 법원이 아닌 미국 법원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필리핀과 거래했던 한국전력은 필리핀도 한국도 아닌 미국 법정에서 다퉜다.

미국의 법이 글로벌스탠더드가 되고 미국 법원이 국제 법률전쟁의 전장(戰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 10년 동안 확인된 판결만 114건

본보 취재팀이 미국의 법률정보 회사인 ‘웨스트로’와 ‘렉시스’의 유료 인터넷 검색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1996∼2005년 한국 기업 관련 판결은 114건.

이 판결들은 ‘한국 기업(Korean company)’이라는 단어만으로 검색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판결에까지 이르는 경우는 전체 분쟁의 10% 정도. 나머지 90%는 ‘재판 전 합의’나 ‘약식재판’을 통해 해결된다. 따라서 10년간 한국 기업은 1000건 이상의 법률분쟁을 겪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 한국을 알아야 한국을 대변

미국 법과 미국 법원을 알지 못하면 국제 법률전쟁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한국 기업과 관련된 국제 법률분쟁의 대부분은 미국 대형 로펌의 미국인 변호사들이 맡는다. 지난해 각각 3억 달러, 1억85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법무부와 합의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가격담합 사건은 미국 로펌 하우리와 텔렌 리드 앤드 프리스트가 맡았다.

그러나 순수 미국인 변호사가 한국 사건을 처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고객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한국 문화와 정서가 지배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한국계 미국 변호사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으며 이들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도 커지는 추세다.

○ 대형 로펌의 파트너급으로 성장

미국 전역에는 수백 명의 한국계 미국 변호사가 있다. 10여 명은 50대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성장했다. 한국계 변호사가 파트너로 있는 미국 로펌은 커크패트릭 앤드 로카르트(2명), 애킨 검프, 스카덴 아르프스 등 7, 8개에 이른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람은 애킨 검프의 파트너인 김석한(金碩漢·56) 변호사. 애킨 검프는 변호사만 700명이 넘으며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도 영향력이 크다.

김 변호사는 미국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1980년대 미국에서 덤핑 예비판정을 받은 삼성 컬러TV 사건을 맡으면서 통상문제 전문 변호사로 성장했다. 삼성전자, 포스코, 동국제강 등 국내 대기업의 미국 내 소송을 대리했다.

변호사가 1000명이 넘는 커크패트릭 앤드 로카르트의 파트너로 로스앤젤레스 지사에서 일하는 제임스 리(44) 변호사는 미국 서부의 대표적인 한국계 변호사. 아시아계 최초로 이 로펌의 파트너가 된 그는 미국의 전문직단체 ‘법률과 정치’에 의해 2004년 ‘떠오르는 샛별’로 선정됐다.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불공정 거래와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소송 경험이 많다.

최현석(37) 변호사는 미국 동부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유망주. 뉴저지 웡 플레밍 로펌 소속인 그는 연세대와 뉴욕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인디애나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최근 우리은행과 외환은행 미국 현지법인의 사건을 잘 처리해 호평을 받았다.

인디애나폴리스에 본부를 둔 스타키로 그룹의 정홍식(37) 변호사는 미국 중서부에서 활동하는 거의 유일한 한국 출신 변호사다. 미시간 주와 앨라배마 주에 새롭게 진출하는 한국 자동차 부품회사의 법률자문에 응하고 있다.

제임스 리 변호사는 “한국계 미국 변호사들은 윗세대와 한국이 맺고 있는 혈연관계 때문에 필연적으로 한국 고객에게 더 강한 충성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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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 국제변호사출신 명사는

한국 통상의 최고책임자인 김현종(金鉉宗·46)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거쳐 미국 밀밸크트위드 로펌에서 근무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유명 로펌의 파트너 급까지 올랐던 전성철(全聖喆·56)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은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정책기획비서관과 대표위원 특별보좌역으로 일했다.

정계에서는 3선의 유재건(柳在乾·68) 열린우리당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유 의원은 연세대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연방정부 지역사회 변호사, 캘리포니아 동양법률상담소장으로 일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격전지’ 한국으로 가자

미국 대형 로펌에서 일하던 한국계 미국 변호사들이 한국 기업과 로펌으로 ‘역(逆)이민’을 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로스쿨 졸업 후 2∼5년 경력을 쌓고 국내 로펌의 문을 두드렸던 주니어 급 변호사들뿐만 아니라 경력 10년차 이상의 시니어 급 변호사들도 한국행을 택한다.

이용구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 연루된 국제분쟁이 늘어나면서 소위 ‘전쟁터 경험’이 있는 변호사에 대한 국내 기업과 로펌의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은 지난해에만 미국 연방 보건복지부 출신의 김미아 변호사와 미국 오릭 헤링턴 법률사무소에 근무했던 레이미스 김 변호사 등 미국 변호사 7명을 영입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미국 빙엄 매커첸 법률사무소 출신의 김정훈 변호사를, 법무법인 서정은 각각 미국 워싱턴과 뉴욕에서 활동했던 조상현 변호사와 최형준 변호사를 영입했다.

법무법인 율촌도 시니어 급 국제변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호주 대형 로펌에서 10년 이상 지적재산권과 국제거래 분야에서 활약한 김병욱 변호사와 미국 유럽 러시아 등지에서 15년간 조세전문가로 일해 온 심재진 변호사를 영입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신상헌 변호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로펌 커밍스 앤드 화이트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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