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클리닉]고교생/‘양극화 해소’

  • 입력 2006년 1월 31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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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생 논술 주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올해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해소’를 강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면 사회적 비용이 만만찮아 결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양극화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극화를 극복하려면 세금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더딘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성장과 분배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 원현섭 경기 부천시 부천북고등학교 3학년

우리나라의 양극화 현상은 외환위기 이후로 심해져 왔다. ① 잘사는 사람은 잘살고 못사는 사람은 못살고 있는 것이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것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양극화 해소’를 발표했다. ②빈익층과 부익층 사이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은 ③있지 않을까?

그것의 해결 과제는 성장이라고 본다. 성장을 통해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어 먼저 실업자를 없애는 것이 양극화 현상을 해소할 작은 방편으로 볼 수 있다. 양극화 현상에서 두 층의 차이를 줄이려면 빈익층을 잘살게 하던가, 아니면 ④부익층을 못살게 하여 두 층을 가깝게 하면 된다. 그러나 후자는 이루어질 수 없으니 전자를 따르면 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지금 빈익층을 살리는 것은 ⑤일자리 창출밖에 없다고 본다.

또한, 국가적으로는 ⑥분배보단 성장을 할 수 있는 무역체계에 좀 더 힘써야 한다. 자급자족으로 그 나라는 발전하기 힘들다. 다른 나라와의 상호 관계 속에서 그 나라는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좀 더 나아가 개개인이나 회사를 두고 본다면 근로자와 고용자의 인간적 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양극화 해소의 하나라고 본다. 아무리 모두가 잘산다고 해서 두 층의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 도덕적인 면, 즉 인간으로서의 두 층이 대면하면 양극화 현상도 좁혀 나갈 수 ⑦있지 않을까?

⑧앞에서 말했듯이, 성장은 양극화 해소의 시발점이라고 본다. 성장이 잘 되어 나라가 안정되어야 분배 또한 공평하게 나눠질 수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돌아보기 전에, 밑바탕을 만들 성장을 통하여 기초부터 다지는 것이 ⑨좋지 않을까 싶다.

■ 첨삭지도

① ‘잘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불분명하다. ‘부유한 사람은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로 고치자.

② ‘빈익층’ ‘부익층’이란 단어는 없다. 어휘는 자신의 생각을 나타낼 수 있는 중요한 재료이다. 낱말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사용하도록 하자.

③ 글의 서론 부분에 의문문을 사용해 중심 화제에 대한 문제제기 형식으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불필요하게 문제제기의 형식을 빌릴 경우 글을 산만하게 한다.

④ 형식적인 표현 방식에 집착해 내용이 비현실적이거나 구체적이지 못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세금 정책 등을 통해 부유한 사람의 재산을 재분배하는 정책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도로 고치자.

⑤ 지나친 단정은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정확한 근거가 없다면 지나친 단정은 피하도록 하자.

⑥ 무역체계의 발전을 통해서 국가 성장을 생각했다면 ‘성장’과 ‘무역체계’가 연관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분배보다 성장을 할 수 있는’의 표현과 무역체계는 어떤 관련 내용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⑦ 주장이 담긴 문장에서 의문문을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주장을 약화시키는 표현으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⑧ 불필요한 중계문이다. 논술문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중계하듯이 써야 체계적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 불필요한 요소이므로 생략하자.

⑨ 자기 주장에 의문문이 좋지 않다고 말한 것처럼 결말에 추측형의 서술어를 쓰는 것도 좋지 않다. 주장에 확신이 없음을 드러내고 설득력을 떨어뜨려 채점 때 감점 요소가 될 수 있다.

■ 생각 넓히기

① 소수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증세정책을 통해 양극화 해소의 재원을 마련하려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표(票)를 의식한 인기영합주의인 포퓰리즘(Populism) 정책이란 비판이 있음을 이해한다. (정치, 경제)

② 현 체제를 타파하려는 진보적·혁신적 세력(좌파)과 현 체제를 고수하려는 보수 집단(우파)의 개념과, 극단적인 좌파나 우파를 거부하고 중도적 입장을 표방하는 ‘뉴 레프트(New Left)’ ‘뉴 라이트(New Right)’ 운동을 이해한다. (윤리, 정치)

③ 기능론자들은 양극화 현상을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반영된 계층화 현상으로 이해하고 사회구조의 기능적인 자동조절장치에 의해 개선 가능한 문제로 본다. 그러나 갈등론자들은 양극화 현상을 기득권자가 사회의 희소가치를 독점함으로써 발생한 계급화 현상이어서 혁명적 조치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보기도 한다. (사회문화, 정치)

④ 소득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쿠즈네츠 가설’ ‘로렌츠 곡선과 지니계수’ ‘10분위 분배율과 5분위 분배율’ ‘20 대 80의 사회’ ‘생산적 복지와 제3의 길’ 등의 개념도 알아두자. (경제, 윤리)

⑤ 기득권층이 부와 명예, 권력을 독점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 민중의 저항을 불러와 역사적 변혁을 가져왔음을 이해한다.(국사, 윤리)

최강 최강학원 원장 논술강사

■ 총평 - 양비론-양시론 흐르지 않은 일관성 돋보여

이번 논제처럼 두 개의 대립적 관점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하는 논술문에서는 양비론이나 양시론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이유는 주어진 논제에 대하여 정확한 배경지식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소 분배와 성장이라는 부분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가 드물기 때문에 학생들의 이해도 또한 매우 낮다.

이 글은 양비론이나 양시론으로 빠지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일관성 있게 잘 펼치고 있다. 성장과 분배에서 성장을 먼저, 분배는 성장 이후의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배치함으로써 양극화 해소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깊이 있는 사고 없이 글을 쓰다 보니 표현한 내용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표현되었다.

논술의 최종 단계는 글쓰기이다. 그러나 글쓰기는 형식일 뿐, 엄밀히 말하자면 생각 표현하기이다.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글이라는 형식을 빌려 왔을 뿐 논술의 진정성은 생각한 내용을 얼마만큼 정확하게 표현하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첨삭지도를 하다 보면 자신의 생각이 온전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생각한 바를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수업 현장에서 발표하고 답변하고 질문하는 능동적 태도를 보이자. 자신의 표현을 밖으로 드러냈을 때 자신의 표현에 대한 수정과 보완이 있을 것이며 이것이 올바른 표현하기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이석록 대치메가스터디학원 원장


■ 고교생 다음(2월 7일) 주제

최근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파스퇴르는 “과학자에게 국경은 없지만, 조국은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과학적 성과는 국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과학자는 과학적 진실에 기반을 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과학 연구에서 애국심과 진실 규명이 충돌할 경우 어떤 가치가 우선되어야 하는지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고교생은 2월 3일까지,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 주세요. 다음 주는 중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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