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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31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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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계의 ‘난폭한 선장’ 테드 터너. 그는 CNN을 통해 전 세계에 뉴스를 전하는 통로를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사건 자체를 만들어내는 강력한 힘을 창조했다.
1991년 옐친이 소련 군대의 탱크 위에 올라섰을 때 CNN이 그 장면을 잡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회고했다.
고르바초프가 소연방 해체문서에 공식서명할 때 CNN 회장 톰 존슨은 즉석에서 펜을 빌려주었다.
이제 애틀랜타의 관광명소로 떠오른 TV 뉴스채널 CNN.
CNN은 맥도널드 햄버거, 월트 디즈니와 함께 미국의 상징이 되었지만 창업자는 당초 뉴스를 조롱하던 인물이었다. “뉴스는 악(惡)이다!”
1980년 6일 1일. CNN이 첫 전파를 쏘았을 때 사람들은 CNN을 싸구려 방송에 빗대 ‘치킨 누들 네트워크(Chicken Noodle Network)’라고 비웃었다.
아니나 다를까. CNN은 첫해 2억5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터너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걸프전은 CNN의 신화를 탄생시킨다.
1991년 1월 16일 밤.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바그다드를 불바다로 만들고 있을 때 전 세계의 안방은 CNN의 ‘융단폭격’을 받고 있었다.
이때 터너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국경이 없는 지구촌이 올 것이라는 나의 예언을 당신이 실현시켰소.”(마셜 매클루언)
이때부터 ‘CNN 효과’는 미 외교의 본질적인 측면이 되었다.
CNN은 미국의 입장과 시각을 일방적으로 주입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터너 자신은 “군가(軍歌)인 미국의 국가를 바꿔야 한다”며 세계평화를 역설한다. 유엔에 10억달러를 희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CNN은 전쟁이 터질 때마다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으니.
역설(逆說)은 ‘모순덩어리’인 그의 삶을 읽는 키워드인지도 모른다. 그는 우익으로 자처하면서도 반전파 여배우 제인 폰다와 결혼해 잘 살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철학적이고, 자기반성적인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터너.
그는 자신의 묘비명을 미리 준비했다. “깨우지 마시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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