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37년 ‘金門橋’ 완공

  • 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44분


“샌프란시스코에 갈 때는 머리에 꽃을 꽂는 걸 잊지 마세요….”

1960년 후반 유행했던 스콧 매킨지의 ‘샌프란시스코’. 이곳을 배경으로 한 영화 ‘더 록(The Rock)’에서 무기수(無期囚) 숀 코너리가 흥얼거리던 노래다.

샌프란시스코는 아름다운 도시다.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골든게이트 파크, 야경(夜景)이 아름다운 소살리토, 꼬불꼬불 끝없이 이어지는 롬바드 꽃길….

그리고 석양녘 금빛으로 빛나는 금문교(金門橋)가 있어 샌프란시스코는 더욱 아름답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다리는 구름 위에 떠올라 ‘금조(金鳥)’의 나래를 편다.

골드(gold)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이다.

1848년 새크라멘토 부근에서 금 노다지가 발견돼 ‘골드러시’를 불렀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주의 별칭이 금문주(金門州)이고, 샌프란시스코만 해협은 금문해협이며, 다리 이름도 금문교다.

강철 현수교 ‘골든게이트 브리지’. 다리 밑으로 비행기가 지나가고, 수심은 깊어 대형선박이 유유히 통과한다.

금문교는 20세기 초만 해도 ‘건설이 불가능한(unbuildable)’ 다리였다.

차고 거센 조류에 안개가 많은 날씨, 그리고 수면 아래 지형은 굴곡이 심해 한 세기가 넘도록 엄두를 내지 못했다.

‘엔지니어링의 귀재’ 조지프 스트라우스가 없었다면 태어날 수 없는 다리였다. 그는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2만7572개의 철선을 꼬아 지름 1m가 넘는 케이블을 만들었다. 1933년 착공돼 11명을 수장(水葬)시키고서야 4년 만에 완공된다.

그래서인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는 숱한 ‘사(死)의 찬미자’들을 유혹했다.

‘순간의 종말론적 해법’이라는 다리에서의 투신(投身)은 그 극적 요소 때문인지 1995년에 이미 1000번째 자살기록을 낳았다.

맨 처음 번지점프가 시연된 곳도 금문교다.

다리가 개통되자 스트라우스는 수명이 얼마나 가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영원입니다. 끝없이 서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다리는 67년이 지나도록 끄덕 없이 버티고 있다. 그러나 9·11테러의 ‘알 카에다’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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