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현장]미리 가본 상암 노을공원

  • 입력 2004년 6월 18일 1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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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에 서면 노란색 벌노랭이꽃과 분홍색 클로버꽃 아래로 한강과 가양대교가 보인다. 나비들 사이로 민들레 꽃씨가 바람에 흩어지고 까치가 날아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억새와 띠를 집중적으로 심은 하늘공원과 달리 노을공원은 바람에 날려 온 풀씨가 그대로 자라도록 둬 초목의 종류만 100종이 넘습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조경을 담당하는 우홍구씨의 설명이다. 하천 토양이다 보니 나무와 풀이 많이 올라와 패랭이, 쑥, 명아주, 갈대, 보리, 버드나무까지 자생적으로 자랐다. 그래서 봄부터 가을까지 항상 들꽃을 볼 수 있다.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이곳은 난지도 제1매립지를 가꾼 곳으로 서울에서 가장 석양이 아름답다고 해서 노을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난지도 제2매립지를 초지로 조성한 하늘공원보다 4만평가량 더 넓다.

현재 노을공원은 난지대중골프장 운영을 둘러싸고 빚어진 서울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갈등으로 개장이 기약 없이 연기된 상태.

원래 이름보다도 ‘난지골프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원 전체면적 11만평 중 골프장이 차지하는 면적은 57% 정도이며 4만4000여평은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도 갈 수 있는 생태공원이다.

생태공원은 골프장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골프 코스 사이로 조성돼 있다. 위에서 볼 때 오메가(Ω) 모양이 되게 만든 산책로는 총 길이가 1.9km에 이른다.

산책로는 하늘과 풀밭 사이에 시야를 가리는 지형지물이 없어 탁 트인 느낌이다. 골프장과 공원의 경계에 낮은 목책을 쳤으나 천막으로 가리진 않았다. 골프공이 튀더라도 공원 쪽으로 날아가 사람이 맞지 않도록 코스를 설계했다.

골프장과 공원의 화학적 결합도 잘된 느낌. 들풀을 이용해 러프를 만드는 등 골프장도 공원의 연장선에서 꾸며졌다.

난지골프장 자체도 페어웨이에 농약을 뿌리지 않고, 맹꽁이 등 공원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움직일 수 있는 생태통로를 갖추는 등 친환경적으로 설계됐다.

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는 매립지의 지반 침하가 계속되는 동안에 골프장이 지반의 안정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산책로 주변에는 자생화단과 공원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견학데크도 만들어 꿩이나 뱀, 맹꽁이 등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공단은 공원을 개방하게 되면 생태모니터링 인력을 채용하고 초등학생을 상대로 생태환경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공단의 손상용 골프장사업부장은 “공원 운영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길동생태공원처럼 이용 인원을 제한해서 예약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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