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현장]개통 두달 우면산터널 ‘개점휴업’

  • 입력 2004년 3월 15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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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과 우면동 선암나들목을 연결하는 우면산터널 앞.

출근시간이지만 터널 주변은 한산하다. 서초동에서 우면동쪽(하행선)으로 들어가 봤더니 터널 안이 텅 비어 있다.

요금징수원에게 “차들이 많이 다니느냐”고 물었더니 “비싸다고 안 다녀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8시6분부터 11분까지 터널 입구에서 서초동쪽으로 가는 차량 대수를 세어봤다. 5분간 지나간 차량은 93대였다.

1384억원을 들여 건설한 우면산터널은 개통 두 달이 훨씬 지난 지금도 통행량이 적은 편이다.

▽조금 빨리 간다고 한 달에 9만원?=우면산터널이 개통된 이후 2월 말까지 평균 통행량은 1만1500대. 예상 통행량 5만대의 20% 수준이다.

개통 당시 시와 운영회사인 ㈜우면산개발은 “아직 홍보가 부족해서 그렇다”며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 우면산터널의 통행요금은 소·중형차 2000원이다.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이용한다면 한 달에 9만원 가까이 든다.

이용 차량이 적다 보니 터널을 운영하고 있는 ㈜우면산개발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회사는 서울시도시개발공사, 두산건설 등이 대주주로 참여한 회사로 터널에 대해 19년간 통행료를 징수한 뒤 시에 기부하기로 돼 있다.

우면산개발 관계자는 “현재 실정으로는 차입금을 상환하기도 힘들다”며 “라디오 광고를 내보내는 등 교통량 증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행료 조정 계획 없다”=그러나 요금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서울시의 일관된 방침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지난달 시 홈페이지의 ‘시장에게 바란다’에 접수된 한 시민의 요금 인하 건의에 대해 “우면산터널 통행료는 교통량 억제 차원에서 남산터널과 같은 2000원으로 책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어 “통행료를 할인할 경우 할인 비율만큼 시에서 보전해야 하므로 할인은 어렵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통행료 할인이 어렵다면 시간대별 할인이라도 해 달라는 바람이다.

ID ‘좋은 생각’은 서울시 홈페이지에 “꼭 2000원이어야 한다면 남산터널처럼 공휴일이나 심야시간에는 할인해 주고 3인 이상 탑승 차량이나 영업차량은 면제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민 노모씨(46)는 “일요일 오후 11시에 급한 일이 있어 우면산터널을 지나갔는데 그 시간에 터널을 사용하니 요금징수원조차 놀라더라”며 텅텅 비어 있는 심야시간대는 할인해 주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 정동진 도로계획과장은 “시간대별 할인 등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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