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마당]트위터 선거운동 이용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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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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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는 가운데 SNS를 활용한 선거 활동의 적정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 과정에서 트위터 덕을 톡톡히 봤었지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운동 중 허용 및 금지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트위터에 대한 규제가 정치적 표현을 위축해 풀뿌리 소통을 막을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새로운 소통방식을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규제의 수준은 어느 정도여야 할까요.》
[찬성]비방-허위사실 유포 예방해야

법률상 명백한 단속대상… 공정선거 위해 제한 가능

선거에서는 정당, 후보자, 유권자가 법을 지키는 가운데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의 장이 보장되도록 공직선거법이 존재한다. 공직선거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 즉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선거운동기간에만 하도록 허용하되 예외적으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선거운동기간 전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하여 상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예비 후보자로 등록한 자에게는 추가적으로 전자우편이나 문자메시지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트위터는 140자 이내의 짧은 단문으로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는 통신매체로 급부상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비즈 스톤은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트위터 개발자회의에서 “전 세계 트위터 이용자가 1억5000만 명”이라고 보고했다.

국내에 알려진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트위터 이용자는 4월 현재 6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단시일 내에 급증한 이유는 신속한 정보전달 및 전파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트위터의 장점은 선거에서 입후보 예정자와 유권자에게 유용하게 활용됨은 물론 영향력 또한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SNS의 하나인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공직선거법상 할 수 있는 방법과 할 수 없는 사례를 발표했다. 트위터가 후보자에 대한 정보교류와 선거에 대한 관심 제고 등 통신매체로서의 순기능을 최대한 살리되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 부분을 제한적으로 규제하고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 후보자, 유권자에 대한 안내를 통해 위반행위를 예방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순기능을 보장한다는 방침보다는 규제한다는 부분만을 들어 선거관리위원회가 마치 트위터를 과도하게 규제한다고 오해를 받고 있다.

가장 논쟁이 되는 부분은 트위터가 공직선거법의 단속대상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단속대상임에는 틀림없다. 근거는 공직선거법 제254조와 제93조이다. 즉 공직선거법상 트위터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전자우편이 융합된 구조인데 이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정보를 게시하는 일은 자신의 팔로어에게 정보를 전송하는 행위로 전자우편에 해당되고 예비 후보자 외에는 선거운동기간에만 해야 한다. 선거의 자유 못지않게 선거의 공정을 지켜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로서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 트위터를 마땅히 감시하고 단속해야 한다.

비방이나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선거결과의 왜곡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병들게 하고 국가발전과 국민화합을 저해한다. 돈이 적게 들고 유권자와 후보자가 쉽게 만나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언제나 선거운동이 가능한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도록 성숙한 선거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희망한다.

양금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도정책관

[반대]어떻게 사용할지는 시민의 몫

정부, 여론 묶는 규제보다 건전한 이용 계도 나서야

우리 사회는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단계에 있다. 기술적인 인프라 구축과 기왕에 구축한 많은 IT 서비스를 좀 더 풍부하게 활용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롭게 진화하는 IT를 현실에 맞게 받아들이는 일, 그리하여 생활에 유익한 정보문화를 지속적으로 향유하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다. 예를 들어 아이폰으로 촉발된 아이(i) 열풍과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추동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는 문화가 풍부해지고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신장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물론 언제나 새로운 기술에는 장단점이 공존한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게 구현하는 일은 사용자의 몫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히 활용하기도 전에 검열과 감시나 규제 때문에 사용이 위축된다면 단지 사용만 위축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규제의 부담까지 생길 수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관위의 소셜 미디어 규제방안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높다. 이것저것 다 빼고 나면 시민이 말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인가, 규제의 목적과 내용 및 범위는 현재의 IT 수준을 완전히 정확하게 반영하는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독재국가에서도 기술 규제는 끊임없이 정치적 반대편을 만들 뿐이므로 차라리 국가가 뛰어들어 정보를 유통시키자는 스핀터넷(spin+internet) 전략을 쓰는 마당에 IT 강국인 국내에서 규제 그 이상으로 한 걸음도 못나간 후진적 전략을 쓰고 있음이 안타깝다.

지금의 규제는 트위터 소통 과정에서 나타날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모든 시민의 입을 막는다.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원칙이 돈을 풀고 입은 묶는 것 아니냐는 블로거의 지적은 이 시점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중세의 커피 하우스가 왕실에 대해 불온한 사실을 유포하고 경제적 생산 활동에 하등의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폐쇄돼야 한다는 논리가 오늘날에는 21세기 버전의 규제원칙으로 둔갑되어 블로그 트위터 홈페이지에 적용되는 듯하다.

선관위의 규제를 통해서 우리는 여론의 위축현상을 경험하고, 운이 좋지 않은 일부가 걸렸을 뿐이라는 현실을 목격할 것이다. 쫓고 쫓기는 경쟁에 의해 제로섬(zero-sum) 사회가 되기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유익한 정보를 창출하고 공유하고 유통시킴으로써 시너지(synergy) 정보문화를 창출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정부의 규제를 강화한다면 이제까지 부분적으로 이슈가 됐던 프라이버시, 감시와 규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가치를 종합하여 네트워크 시민권(network rights)이라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민은 풍부하게 온라인 여론을 형성하고 정부기관은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규제보다는 계도를 목표로 하는 모습이 누구나 다 아는 민주사회이다.

조희정 숭실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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