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마당]공개수업 온라인 공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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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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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평가를 위해 1년에 4회 정도 학부모가 수업을 참관하는데 온라인을 통해 이 수업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학부모에게는 알 권리를 충족시켜줘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주고,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교사에게는 잡무가 하나 더 생기는 데 그칠지 모른다는 반박도 나옵니다. 교육 현장의 현실과 인프라를 생각할 때 온라인 수업공개는 시기상조일까요, 아닐까요.》
[찬성]학부모의 공교육 신뢰 높일 기회
수업환경 알 수 있어 교원평가 참여도 늘어날 것


교원평가운영의 내용을 보면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의 수업만족도와 자녀의 학교생활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참여한다. 교원평가 시 1년에 4회 정도 학부모가 수업을 참관하고 평가할 기회가 주어진다. 학부모는 자녀의 교육에 관련된 일인 만큼 어느 때보다도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예고된 일정이라도 학부모가 매번 학교에 찾아가 수업을 참관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은 공개수업을 포함한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도록 오래전부터 주장했다. 학교수업의 내용을 학생이 집에서 반복 학습하므로 사교육시장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에 사교육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교원의 온라인 공개수업은 이벤트성 보여주기 식으로 이뤄지는 수업참관식보다 더 객관적이고 올바른 평가가 가능함과 동시에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수업을 받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므로 학부모의 공교육 신뢰도 향상에 일조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나 편부모 가정의 교원평가 참여폭을 넓힐 수도 있다.

치맛바람으로 불리던 학부모의 적극적인 학교 참여는 좀 더 공론화되고 가족이 모두 함께 참여하는 관심 사안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다. 현재 학교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데 학생은 물론이고 학부모까지 개인 ID로 로그인해서 정보를 확인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교원은 촬영된 자신의 강의를 모니터링하면서 자기계발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학부모가 학교나 교사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특히 수업시간의 교사 모습이나 자질, 교수학습 태도는 교사의 고유권한으로 신성불가침 영역이었기에 더욱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다. 이 상태로 학부모의 교원평가가 이루어진다면 평가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고 근본적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이다.

물론 교사와 학생 간의 정서적인 교류가 수반되는 수업 분위기가 카메라를 통해서 100% 모두 전달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혹여 활발한 수업 분위기가 온라인에서는 산만한 분위기로 오인되거나 교사가 의도한 표정이나 어투가 현장에서 느끼는 것과 달리 왜곡 반영되어 오해를 부를지 모른다. 하지만 장점이 더 크다. 학부모의 학교 참여도를 현저히 높이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많은 학부모가 공감할 것이다.

온라인 공개수업의 참의미는 진정으로 참여하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 학부모를 더 많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배려하는 데 있다. 교육주체로서, 교육소비자로서 학부모가 대우를 받기 위해서 평가를 합리적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이 수반되기를 바란다. 교원평가제가 좋은 열매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다 합리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
[반대]내용보다 ‘이벤트’ 치중할 수도
교사에겐 또 다른 잡무… 교육현실 외면한 발상


학교수업의 온라인 공개는 올해부터 전면 도입한 교원능력개발평가제에서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를 돕는 수업 공개 유형의 하나로 제시됐다. 개인 사정으로 학교에 직접 가서 수업을 볼 수 없는 학부모를 위해 온라인상에 교사의 공개수업 동영상을 올리겠다는 것인데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학부모의 알권리 충족과 교사의 수업전문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교원에 대한 학부모 평가의 실효성을 높이는 조치라는 의견도 있지만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를 비롯한 일선 학교에서는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학교 현실과 동떨어진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먼저 교사 수업의 일부 내용만을 촬영하고 편집해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놓는 형식은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공개수업은 성격상 학부모를 대상으로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교사는 이러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이다. 이로 인해 다른 교육과정 운영 및 학생생활지도, 학생진학지도가 많은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수업 내용의 향상이라는 면보다는 온라인에 공개될 부분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온라인 수업공개에 대한 학부모의 접근도 및 선호도에 대한 사전정책영향 평가 역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교사 개인의 노력과 열정에만 의지하지 말고 정부가 실질적으로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해 대폭적인 지원을 해주기를 일선 교사는 간절히 원한다. 즉, 학교 수업 개선을 교사 개인에게만 맡기지 말고 정책적으로, 시스템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또한 온라인 수업공개는 동영상 촬영과 편집 작업, 그리고 온라인 시스템 구축을 위한 많은 재원과 인력을 필요로 한다. 먼저 전국적으로 많은 교사의 공개수업 동영상을 올리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과 교육적 효과를 면밀히 분석한 후 정책의 적절성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동영상 관련 전담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교사에게 이러한 업무를 부과한다면 이는 또 하나의 잡무를 교사에게 부과해서 오히려 수업을 준비할 시간을 뺏는 등 수업의 전문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지 모른다.

학교수업의 온라인 공개를 성급히 학교현장에 전면적으로 도입하지 말고 기술적 재정적 교육적 측면에서 적절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 교사의 수업전문성을 향상시킬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교육정책 추진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요인은 교사 학부모 교원단체를 비롯한 교육 관련 이해집단의 충분한 참여와 의견수렴, 공감대 형성이다. 정부의 학교수업 온라인 공개 방안은 교육계의 충분한 논의과정과 정책검토를 통해 추진하기를 바란다.

이경호 한국교총 정책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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