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0월 24일 18시 3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설악산국립공원에서 1시간에 10m 올라가기가 어렵다. 얼마 전에는 1000여명이 밤늦게 하산했다고 한다. 설악산의 하루 탐방 수용력이 4만명인데 등산로 체증을 빚었던 일요일에는 7만여명이 이 곳을 찾았다. 정상인 대청봉 지표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100m 넘게 늘어섰다면 설악산이 얼마나 혹사당하고 있는지는 자명하다.
거대한 자연이기에 용량을 거의 두 배 가까이 초과하고도 문제가 그 정도로 마무리됐지 공연장이나 운동장 같은 시설물이었다면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대형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국립공원은 우리 모두의 공동재산으로 잘 보전하고 가꾸어 미래에도 후손의 사랑을 받게 해야 할 자연이다. 이 같은 공동재산이 잘 지켜지기 위해서는 탐방객 개개인이 자신의 욕구를 절제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을철 국립공원 관리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등산로 관리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훼손의 실상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청봉과 오색을 연결하는 등산로의 경우 심하게는 폭 20m 이상이 심하게 훼손된 곳도 있으며 침식을 거듭한 나머지 자그마한 계곡으로 변해 빗물이 모여 흐르는 개울줄기가 돼 버렸다. 당연히 등산로 밖의 능선을 밟고 지나가게 되니 등산로의 폭은 계속해서 넓어질 수밖에 없다. 5년 전 정비된 등산로는 그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앞으로 시행되는 보수공사에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하니 국민의 혈세가 아깝기 짝이 없다.
우리는 깊어지는 설악산의 상처를 아물게 해야 한다. 그 한 방법으로 가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가까운 우리 주변에도 아름답고도 풍요로운 가을의 멋이 살아있는데 왜 꼭 거대한 산의 정상만을 고집하는가. 정상 정복을 계속 고집한다면 미래에도 올라야 하는 아름다운 산은 계속해서 파괴되고 말 것이다.
탐방객들의 의식의 변화와 함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보다 적극적인 관리기법을 개발해 탐방객들의 불편을 덜어주어야 한다. 우선 현재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탐방예약제를 정비해 확대 시행해야 한다. 편의주의에 입각해서 행동하는 탐방객들의 활동은 제도적으로 제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설악산 한계령-중청지구나 지리산의 노고단에서 시행 중인 탐방예약제의 사례를 밀도 있게 연구해 보다 성숙한 정책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 같은 예약제는 기존 이용객들의 적절한 분산정책과 함께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김 용 근(서울시립대 교수·조경학)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