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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7일 2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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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작전의 승리가 대(對)테러 전쟁의 궁극적인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프가니스탄 공습 이후 대테러 전쟁은 2단계로 접어들어 ‘저강도 전쟁’ 형태의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일부 아랍 원리주의자들의 광신적 신념과 서방에 대한 깊은 증오심을 감안할 때 제2, 제3의 ‘빈 라덴’은 계속 출현할 것이며 자신들이 선택한 시간과 장소 및 수단으로 또 다른 보복 테러를 준비할 것이다. 이 단계에서 대테러 전쟁은 테러조직과 정보기관 사이에 쫓고 쫓기는, 보이지 않는 정보전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각국 정보기관은 테러조직과 그 계획을 색출, 저지하기 위해 치밀한 정보기관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이다. 한국의 국가정보원도 이러한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연결고리의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한국도 국제 테러조직의 테러 대상에서 예외가 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특히 2002년 월드컵 등 큰 국제행사가 예정돼 있어 철저한 대비가 요망된다.
현재 정부는 대테러 관련 업무 인원을 늘리고 시설 보호 및 경계강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 근원적으로는 국정원의 관련 업무를 더욱 강화하는 조치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 특히 정부 내에 산재한 대테러 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국정원의 역할을 강화하고 국정원의 해외 정보협력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국정원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차제에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국정원은 자주 정쟁의 대상이 되어왔고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국가 안보기관으로서의 이미지를 손상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유임시켰으며 테러사건 발생 10일 후 CIA 본부를 방문, 직원들을 격려하고 향후 CIA의 역할에 대해 높은 기대를 표명했다. 정보기관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이 필수적이라는 명제를 부시 대통령은 구호가 아니라 실제 인사에 반영, 실현함으로써 장기간 일관된 지휘 아래 안정적으로 발전해온 CIA를 이번 대테러 전쟁의 위기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지휘관의 계속 유임이 가능할 정도의 정치적 환경을 마련해 국정원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정보기관은 국가 보위의 제1선에서 중대한 책무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제 대테러 전쟁의 동참을 계기로 언제 닥칠지 모르는 국가적 안보위기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국정원의 진정한 발전에 더욱 관심과 주의를 기울어야 할 시점이다.
이병호(전 국가정보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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