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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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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의 1단계는 남북연합단계로 남북한이 남북연합(1민족, 2국가, 2체제, 2독립정부, 1연합)에 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남북정상회의와 각료회의를 정례화하면서 남북연합회의를 열어 분단상태의 평화적 관리와 교류와 협력을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1단계가 10여년 계속돼 민족동질성과 신뢰가 회복되면 2단계인 1민족, 1국가, 1체제, 2지역자치정부를 골자로 하는 연방제를 실시하고 3단계에서 완전통일국가를 이룩한다는 것이다.
남북연합단계는 정부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도 들어 있다. 그러나 차이점은 정부안이 연합단계를 화해협력단계를 거친 이후로 가정하고 연방단계를 생략했지만 김 대통령은 1단계를 연합단계로, 2단계를 연방단계로 정한 점이다.
김 대통령은 현시점에서 남북관계를 연합단계로 끌어올리는 데 대북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김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남의 연합제간의 공통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후 여러 차례 남북장관급회담을 열었고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위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부단히 촉구해 왔다.
남북연합회의를 유도하기 위해 각계각층 인사들의 ‘8·15 평양축전’ 참가를 허용하고 남북의 노동자단체들이 금강산에 모여 통일노동자회의를 구성하고 북의 연방제 주장과 유사한 통일강령 채택을 묵인했다. 김 대통령은 재임중 연합단계가 실현될 것으로 전망하고 이런 정책을 밀고 나갈 주체세력과 후계자 문제를 염두에 뒀을 것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연합단계 진입 노력은 난관에 부닥쳐 있다. 우선 북한이 김 대통령의 연합단계를 연방제의 아류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서 국민적 오해와 저항의 소지가 생긴다. 둘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국가 차원의 공론화 과정을 통한 의견수렴의 산물임에 비해 3단계 통일론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 과정이 부족했다. 셋째, 통일과정이 단계적으로 전개된다는 것은 논리적 가정일 뿐이다. 연합단계 이후 연방으로 갈지, 내전이 일어날지도 불분명하다. 넷째, 3단계 통일론은 통일체제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중립적이다. 이 점에서 통일 체제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의구심을 갖게 한다.
김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은 냉전상황에서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평화통일을 가능성 있는 비전으로 논리화한 구상의 하나이며 본질은 희망론이다. 이에 집착해 복잡한 한반도 상황을 해결하려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중국식 개혁 개방을 거부하며 ‘우리식 사회주의’만 고집하는 북한과, 북한에 대해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좌절감, 주변국들의 상충되는 이해를 극복하려면 새로운 차원의 통일방책이 요구된다.
통일에는 훌륭한 지도자가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지도자 한 사람의 집념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둔 힘과 지혜일 것이다.
이영일(한라대교수·전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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