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규봉/시간강사 급여 학점따라 지급을

  • 입력 2001년 5월 7일 18시 25분


박사급 실업자 양산이 주요한 사회 문제로 등장했다. 박사급 실업자 가운데 많은 인원이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다 보니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3년간 국립대 전임교원을 2000명 증원하고 빠르면 2학기부터 국립대 시간강사 강사료를 현행 시간당 2만7000원에서 3만4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사립대도 시간강사를 전임 교원으로 신규 채용하도록 권고하고 채용 실적을 대학평가에 반영해 예산지원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고 한다. 아울러 전국의 모든 대학 시간강사에게 퇴직금과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주고 1년 단위로 채용하며 방학 중에도 급여를 주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시간강사란 무엇인가? 일용직이 일당을 받듯이 시간강사는 시간당 급여를 받는 강사를 의미한다. 모든 대학은 시간강사의 급여를 실제로 가르치는 시간에 비례하여 지급하고 있다. 현행 강사료는 국립대가 2만7000원, 사립대는 평균 2만원 선이고 1만3000원을 주는 대학도 많다. 그나마 국립대와 일부 사립대는 강의가 공휴일에 있기도 하고, 심지어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에는 강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강사료를 지급하지 않거나 일부만 지급한다. 강의가 끝난 뒤 질문을 받는 등의 학생지도 시간이나 시험출제 및 채점에 들어가는 시간을 고려하여 수당을 지급하는 대학은 전혀 없다. 강사료를 시간당 평균 2만원으로 보면 근로기준법에 의한 주 44시간을 모두 가르친다고 할 경우 월 352만원을 받게 되는 셈이니, 강의를 마치 일반 근로시간과 똑같이 생각하는 폐단을 낳게 돼 강사료의 인상을 억제하게 된다.

강의에 대한 수당을 시간당으로 지급하는 것부터 수정되어야 한다. 한 시간 동안의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과목에 따라 적어도 2시간 이상의 준비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학생도 지도해야 하며 고도의 전문성도 요구된다. 이러한 시간과 전문성은 무시한 채 마치 일반 근로자가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과 똑같이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의사의 진료나 변호사의 변론을 준비 시간에 관계없이 실제로 진료한 시간과 변론한 시간에 따라, 시간당 2만∼3만원의 수당으로 지불할 수 있겠는가?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려면 급여 계산방법부터 달라져야 한다. 실제로 가르친 시간이 아니라 과목당으로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급여를 계산하는 기준에는 직접 강의하는 시간은 물론이고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 학생지도 시간, 시험출제 및 채점에 필요한 시간과 과목의 전문성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학생수가 많은 과목은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시간당 급여가 아니라 맡은 과목의 학점에 따라서 급여를 받는 강사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명칭부터 시간강사가 아니라 강의교수 또는 강의전담교수로 바꿔 사기를 높이고 일반직과 단순 비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 처우를 점차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규봉(배재대 교수·자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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