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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25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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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는 우리 경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외환위기를 겪고 나서야 현 정부는 우리 경제의 살 길은 구조조정임을 천명하고 4대 부문의 구조조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외부 압력이나 신자유주의 물결은 차치하고라도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해져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되는 이유는 경제시스템 자체보다 경제 외적인 요소가 더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하려면 국민적 합의(이해)와 타협이 선행돼야 한다. 어느 한 편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그런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의약분업 시행으로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통령의 인선은 국민으로 하여금 다시 마음의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게 했으며 냉소주의만 더욱 만연시켰다.
국민의 호응과 이해 없이는 어떤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다른 사람이 주머니를 보여주지 않는데 누가 자신의 주머니를 먼저 보여주려고 하겠는가? 하물며 힘있고 돈있는 계층이 자신들은 희생하지 않고 힘없는 국민의 희생만 강요한다면 국민은 더욱 더 마음의 문을 걸어 잠글 것이다.
우리 국민은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희생을 아끼지 않았다. 외환위기 때는 장롱 깊이 묻어뒀던 금붙이까지 들고 나와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만약 지금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과연 누가 자발적으로 이런 운동에 호응하겠는가? 사회 전반에 냉소주의가 만연하고 대통령의 인기가 시간이 갈수록 하락하는 것은 정부의 실책을 국민이 수없이 지켜보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권력이나 부를 가진 자가 먼저 마음을 열지 않으면 국민은 응어리진 마음을 열지 않는다. 마음을 닫은 국민은 눈치만 살피며 구조조정의 유탄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국민은 제몫 챙기기에 급급하게 되고 도덕적 해이현상이 심화돼 사회는 갈수록 피폐해진다.
국민이 정부 정책에 수긍하고 이해할 때 국민적 합의가 가능하고 타협을 통해서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적당히 시간을 끌어 무임승차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민리민복을 위해 노력해야 누가 차기 정권을 잡든지 구조조정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윤용만(인천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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