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황선주]학교운동장을 줄여서야

  • 입력 2004년 12월 21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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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주
일본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다룬 아사히신문의 칼럼을 우연히 읽었다. 그 칼럼은 “어린 마음에 하늘을 품게 하자”는 제안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와 닿지 않았지만 찬찬히 읽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본의 공립 초등학교 4∼6학년인 조사대상자의 42%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대답했다는 것. ‘해가 지는 쪽’을 묻는 질문에 ‘동쪽’이라고 답한 학생도 15%나 됐다. 프톨레마이오스(천동설 주창자)가 복권됐다고 우려한 것도 당연했다. 그 칼럼의 행간을 읽어낸다면 해가 어디서 뜨는지도 모른 채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고 느끼게 하자는 바람이 있었던 게 아닐까.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의 초중고교 가운데 100m 달리기가 가능한 운동장을 갖춘 학교가 절반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수년 전부터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기 위해 운동장에다 교실을 증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뛰어 놀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 목표위주 행정이 가져온 폐단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아파트 위주의 오늘날 주거환경에서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은 손바닥만한 아파트 놀이터와 학교 운동장밖에 없다. 신체 발달이 왕성한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놀 공간을 고려해야 한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것 이상으로 아이들이 놀 공간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동서남북의 방향 감각을 상실한 것은 해뜨는 곳을 자연스럽게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 아이들의 감성이 자연과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의 학교 운동장엔 뛰어놀 공간과 함께 그 주변에 나무와 꽃도 있지 않은가. 그나마 자연으로 돌아가 볼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인 그 운동장을 더 이상 줄이지 말자.

황선주 경북기계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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