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원효진]한류에 ‘한국전통’ 담겨있나

  • 입력 2004년 12월 7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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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이다. 한국의 스타 연예인에 대한 중국인의 열정은 대단하다. 한류 스타가 참가한 행사가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열렸고, 한국 영화와 음악이 왜 이렇게 인기 있는지에 관해 토론하는 장면이 중국 TV에 자주 나온다. 한류 열풍을 이국 땅에서 직접 확인하니 여간 자랑스러운 게 아니지만 한편으론 최근의 한류에 우리나라 고유의 것이 빠져 있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내가 다니는 대학 근처의 작은 공원에서는 매일 저녁 한국 유학생으로 구성된 사물놀이 모임이 연습도 하고 공연도 한다. 공원을 지날 때마다 듣는 우리나라 민요는 정말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흥이 나게 한다. 몇 개의 단순한 악기가 모여서 그렇게 흥을 돋우는 것을 보면서 우리 민족의 열정을 생각한다.

사물놀이에 대한 중국인의 반응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 주변의 중국 친구들도 사물놀이 가락을 들을 때마다 함께 흥겨워한다. 하지만 이토록 흥겨운 음악이 한국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중국 친구는 적다. 그저 중국 어느 지방의 것으로 아는지, 한국 음악이라고 말해주면 오히려 의아해 한다. 사물놀이야말로 진정한 한국 문화인데도 말이다.

한류 열풍 속에서 중국인이 떠올리는 한국의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한국 고유의 것은 간데없고 ‘아시아의 작은 할리우드’ 정도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실제 이곳에서 함께 공부하는 일본 미국 유럽 등의 학생들은 한국 노래가 서로 비슷하고 특징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한류가 그렇게 특징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언제라도 미국의 음악, 일본의 영화로 대체될 수 있다. 또 중국 연예상품이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고 질도 나아진다면 우리는 그때 무엇으로 한류 열풍을 지속시킬 수 있을까. 한국인만이 만들 수 있는, 그런 한류를 기대한다.

원효진 재중국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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