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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음식배달… 대리운전… ‘알바와 자영업 사이’ 애매한 노동자 급증

입력 2019-12-18 03:00업데이트 2019-12-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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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혼돈의 2019]
<6> 플랫폼 노동(Platform Labor)
정보기술(IT)과 공유경제의 급격한 발전으로 소셜미디어와 애플리케이션(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한 신종 일자리 및 고용 형태를 뜻하는 ‘플랫폼 노동(Platform Labor)’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우버와 리프트,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 그랩, 인도 올라 등이 포진한 각국 승차 공유업체가 대표적이다. 음식 배달, 인력 중개, 대리운전, 온라인 상거래 등으로 범위도 확산되고 있다.

변화는 수치로도 쉽게 확인된다. 미 노동통계국은 지난해 전체 근로자의 36%인 5700만 명이 플랫폼 노동으로 수입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 수도 2020년 6220만 명, 2028년 9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회사 갤럽도 지난해 미 노동자의 29%가 플랫폼 노동을 주 직업으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매킨지 컨설팅도 지난해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6400만 명이 플랫폼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단기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엄연한 평생 일자리로 플랫폼 노동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자영업자도 임금 근로자도 아닌 플랫폼 노동자의 애매모호한 처지, 플랫폼 소유주와 노동자의 엄청난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 갈등도 날로 커진다는 데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플랫폼 노동이 일반적인 노동 형태로 자리 잡으면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를 지원하거나 고용하는 부담을 온전히 국가가 떠안아야 한다. 더 많은 공공지출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 돈을 누가 대느냐에 따른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5월 미 음식배달 앱 ‘캐비아’의 배달 기사 파블로 아벤다노 씨는 빗길에 무리하게 운행하다 차 사고로 숨졌다. 그는 캐비아 직원이 아니었기에 유족들은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분노한 동료 배달 기사들은 노조 결성으로 대응했고 회사와 유족의 다툼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은 자신들이 알고리즘을 통해 수요자(고객)와 서비스 공급자(노동력 제공자)를 연결해줄 뿐이라고 강조한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는 플랫폼 노동자가 자영업자와 다를 게 없다며 해고도 당연히 자유로워야 하고 이들의 사고에 대한 책임도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해당 플랫폼이 정한 수수료만 받을 수 있고 회사의 업무 지시, 평가, 제재를 받기에 자영업자로 보기도 어렵다.

논란이 커지자 올해 9월 미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플랫폼 노동자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1월 시행될 이 법으로 캘리포니아에서만 최소 100만 명의 노동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버 등 플랫폼 회사들은 “최소 20∼30%의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영국 우버도 우버 기사에게 최저임금과 연간 휴가 일수를 보장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항소했다.

플랫폼 노동이 양극화를 더 부추긴다는 지적도 많다. 11월 기준 미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450억 달러(약 54조 원),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은 275억 달러(약 33조 원)의 재산을 보유했다. 일반 기업의 근로자는 회사가 성장하면 임금 인상, 성과급, 스톡옵션 등 다양한 형태의 보상을 받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그 과실을 누리기 어렵다.

플랫폼 노동이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 접근성을 높이고 서비스 신뢰도 향상,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순기능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불평등 심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갈등이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형태의 경제적 양극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소한 플랫폼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은 플랫폼 회사가 지게 하고 플랫폼 기업과 노동자 간의 불평등 해소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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