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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반대만 일삼는 ‘극단적 당파’ 기승… 의회정치의 골칫거리로

입력 2019-12-13 03:00업데이트 2019-1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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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혼돈의 2019]<3> 비토크라시 (vetocracy)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2013년 오바마케어 갈등으로 연방정부 폐쇄(셧다운)에 이른 미국 정치를 개탄하며 ‘비토크라시(vetocracy·거부 정치)’란 단어를 썼다. 상대방의 정책과 주장을 무조건 거부하는 극단적 당파 정치를 뜻한다. 올해 미국 영국 등에서도 ‘극단적 소수’ 정파가 반대만 일삼는 전형적 비토크라시가 나타났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표적 예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논란의 핵심인 집권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이다. DUP는 하원 650석 중 불과 10석(1.5%)을 점유한 초미니 정당이다. 복음주의 개신교도가 지지층이며 북아일랜드의 영국 잔류, 브렉시트를 강력히 지지한다. 이들은 올해 1월 연정 파트너인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메이 전 총리 사임, 보리스 존슨 총리 취임 등 주요 계기마다 실력행사에 나섰다.

점유율 1.5%의 정당이 ‘의회민주주의의 본산’ 영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DUP는 연정 파트너이면서 내각에 참여하지 않고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보수당의 정책조차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2017년 6월 조기총선에서 과반 획득에 실패한 보수당은 DUP와 제휴했다. 현재도 하원 650석 중 288석(약 44%)만 차지하고 있다. 한 석이 아쉽다 보니 줄곧 DUP에 끌려다녔다. 12일 조기총선에서 과반에 실패하면 또 DUP에 끌려다닐 수 있다.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존슨 총리가 총선이 아닌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현 위치에 올랐기에 정당성이 부족하다. 10석짜리 정당이 브렉시트란 특수 상황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민주당에서는 1월 하원에 처음 입성한 ‘유색인종 4인방’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0·뉴욕 14지구), 아이아나 프레슬리(45·매사추세츠 7지구), 러시다 털리브(43·미시간 13지구), 일한 오마 의원(37·미네소타 5지구)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지도부를 애태우고 있다. 지나친 강경 진보 성향, 반(反)유대주의 등으로 전통적 지지자들과 반목하는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사사건건 맞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초선 의원이 공천권을 쥔 지도부나 세계 최고권력자와 대립할 수 있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프레슬리 의원의 지역구는 1923년부터 96년째, 털리브 의원 지역구는 1949년부터 70년째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오마 의원(46년째)과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26년째)의 상황도 비슷하다. 민주당 소속이면 ‘깃발만 꽂아도’ 당선이 되니 지역구민의 지지만 신경 쓰면 되는 셈이다. 4인방 지역구민의 대다수인 히스패닉과 흑인 유권자는 이들이 더 강경한 진보 정책을 내세우고, 트럼프 대통령을 더 세게 비판할수록 더 많은 지지를 보낸다.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부유세, 무상 의료 및 등록금, 탄소배출 제로 등 이들이 내세우는 급진 정책을 택하면 중도층 유권자를 포섭하기 어렵다. 최근 이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성향이 비슷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8·버몬트) 지지를 선언했다. 당내에서는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우려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각국 정계에도 극단적 축구팬 같은 ‘훌리건’이 넘쳐난다. 서로 더 극단적 메시지를 내놓기 위한 경쟁만 펼치다 보니 정치에 대한 일반 유권자의 무관심과 불신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특히 소셜미디어로 이들의 극단적 주장이 퍼지면서 영향력이 더 커지는 악순환도 되풀이되고 있다.

이윤태 oldsport@donga.com·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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