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군산 구도심, 청년 창업촌-근대 유산 앞세워 부활

정임수 기자 입력 2017-09-25 03:00수정 2017-09-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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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으로 국가경쟁력 UP]<5·끝> 주민 참여로 한국형 도시재생
전남 순천시의 옛 도심인 중앙동 시민로에 들어선 ‘청년 챌린지숍’ 전경. 올 5월 순천시 공모에 선정된 청년 사업가들이 3년 넘게 비어 있던 점포에 입주해 옷가게, 카페 등을 열었다. 청년 창업가들이 둥지를 틀자 주변 빈 점포들에도 잇달아 새 가게가 들어섰다. 순천=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이달 13일 찾은 전남 순천시 중앙동의 시민로는 새 간판을 달고 최근 개업한 가게가 많았다. 그중 눈길을 끈 곳은 ‘청년 챌린지숍’ 간판을 내건 상점들. 옛 도심으로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시와 주민들이 손잡고 빈 점포를 활용해 만든 청년 창업촌이다.

순천시는 공모를 통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창업가들을 뽑았다. 건물주들은 보증금을 없애고 5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조건으로 이들을 세입자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순천시는 1년간 임대료의 60%도 지원한다.

이렇게 선정된 20, 30대 창업가 6명은 올해 5월 플라워 카페, 구제옷 상점, 수제초콜릿 가게 등을 열고 손님을 맞고 있다. 한때 순천 최대 번화가였던 시민로는 상점들이 신도심 등으로 빠져나간 탓에 빈 점포가 수두룩했지만 챌린지숍이 들어서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챌린지숍으로 맞춤형 옷가게를 연 강연희 대표(33)는 “챌린지숍이 생긴 뒤 주변의 빈 가게가 거의 다 찼다”며 “상권이 활기를 띠면서 매출이 예상액의 2배로 나온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연말까지 청년 챌린지숍 10곳을 더 만들 계획이다.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이 만들어진 뒤 정부의 지원을 받아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한 지역은 46곳. 이 중 순천과 전북 군산시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지역주민이 사업을 이끌고,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재생을 일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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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구도심, ‘청년 창업촌+예술촌’으로 변신

순천 옛 도심의 주거촌이자 ‘순천부읍성’의 역사를 가진 향동은 20년 전보다 인구가 절반 가까이 줄면서 쇠퇴했다. 하지만 지금은 젊은 예술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순천향교 앞 골목길에는 아기자기한 공방과 갤러리, 책방, 카페가 줄지어 있다. 인근 지역뿐 아니라 서울 부산 등에서 온 20, 30대 예술가들이 빈집 등을 개조해 최근 문을 연 곳이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순천시가 이곳에 문화의 거리를 만들고 유명 작가의 창작예술촌을 조성하자 자연스럽게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순천시는 빈 주택과 옛 파출소를 리모델링해 순천 출신의 배병우 사진작가, 김혜순 한복 명인, 조강훈 서양화가의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폐업을 앞둔 식당(장안식당)을 개조해 주민과 예술가들이 체류하면서 작품을 전시하고 교류하는 ‘장안창작마당’도 열었다. 향동 곳곳에는 순천부읍성의 모습을 재현한 성터 둘레길과 흙으로 골목길도 만들어 옛 정취를 더했다. 내년엔 사업 구역에 남아 있는 빈집 186채를 문화예술 공간, 게스트하우스, 셰어하우스 등으로 활용하는 ‘빈집 뱅크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런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관리, 운영까지 주민들이 주도하는 게 순천 도시재생의 특징. 조태훈 순천시 도시재생과장은 “15년 전부터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하면서 도시재생의 핵심인 주민 역량이 쌓였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운영된 ‘도시재생대학원대학’을 244명이 수료해 절반 정도가 실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집을 고쳐주는 ‘고쳐드림 협동조합’처럼 주민이 만든 협동조합과 마을기업은 20여 개에 이른다.

○ 근대문화유산과 도시재생의 합작품, 군산


전북 군산시 월명동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고우당’의 모습. 근대문화도시라는 도시재생 콘셉트에 맞춰 낡은 주택들을 일본식 목조가옥으로 복원했다. 게스트하우스 뒤편 아파트 벽면에는 군산 출신인 고은 시인의 시구가 적혀 있다. 군산=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15일 찾은 군산시 월명동 일대는 일본식 목조가옥풍의 이색적인 상점들 사이로 ‘군산 시간여행 축제―백투더 1930년대’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평일인데도 사진을 찍으며 나들이를 즐기는 연인과 가족들로 북적였다.

일제강점기 때 조성돼 군산의 중심지였던 월명동 일대는 1990년대 후반 시청 법원 등 관공서가 신도심으로 옮겨가고 내항의 항만 기능이 외항으로 이전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도시재생을 통해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지난해만 200만 명이 찾을 정도.

군산 도시재생은 2009년 일제강점기 건축물과 유적 등을 복원하는 ‘근대문화도시 조성 사업’에서 출발했다. 내항 주변의 즐비했던 빈집을 사들여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짓고 일제 쌀 수탈의 상징이던 옛 일본 제18은행, 조선은행 등을 근대미술관 건축관으로 되살렸다.

2014년부터 본격적인 재생 사업이 추진돼 주변 주거지역과 상가들도 변신했다. 군산시는 근대문화도시라는 콘셉트에 맞춰 낡은 주택과 건물을 리모델링하도록 지원에 나섰다. 이길영 군산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국장은 “주민,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주택과 상가를 옛 목조풍으로 고친 곳이 더 많다”며 “자연스럽게 이 일대가 통일된 모습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각종 재생 프로그램도 이끌었다. 주민협동조합 ‘펀빌리지’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고, 공예인 협동조합 ‘소풍’은 시민 문화체험 공간을 열었다. 군산우체국 주변의 상인들은 자체적으로 경관협정을 맺어 폐우체통을 활용한 ‘도란도란 우체통 거리’를 만들었다.

순천·군산=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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